728x90
반응형
SMALL

트럼프가 미국이 견지했던 기존의 대중국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만들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더 낫게 행동하리라는 약속, 쉽게 깨지는 그 약속을 믿고 지금 대가를 지불하는 미국 방식으로는 중국을 서구적 가치에 융합시키지 못했다.

 

일찍이 국무부의 고위직에 있었던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그런 정책은 "돈을 들여 나쁜 버릇을 가르치는 꼴"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가 낡은 정책 대신 잘 기능하는 새 패러다임을 내놓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G2로서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며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돼 있다는 환상적인 생각은 이론의 창고에서 퇴출됐다.

 

그러나 미중관계에 연연하는 대신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 의존하면 된다는 트럼프의 생각 역시 동맹을 다루는 그의 거친 방식과 함께 퇴출을 면할 수 없었다.

 

트럼프의 외교 안보팀은 중국의 체제가 상상 이상의 포식자라는 점을 간파했다. 과거 중국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미 해병대 정보장교를 역임한 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에 합류한 메튜 포팅어(Matthew Pottinger)가 이끄는 이 팀은 "비록 가다 서다를 반복할지언정, 중국은 더 자유로운 나라로 진화해가는 나라다"라는 예전의 중국관에서 탈피했다. 대신, 중국을 대책 없는 레닌주의 국가로 이해했다.

 

정치철학으로서, 레닌주의는 갈등을 지지하고 지배를 지향한다.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의 눈에 중국은 미국을 지정학적, 전략적, 상업적, 과학적으로 누르려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미국은 순진하게도 중국과의 평화공존을 모색해왔던 것이다. 이 시각으로 보자면, 미국이 -윈-윈'을 말할 때 중국은 '좋았어. 우리가 두 번 이긴다는 뜻이군'이라고 생각한 셈이다.

 

레닌주의와 자본주의가 교묘히 섞인 중국식 권위주의를 두고, 트럼프 외교 안보팀은 정치철학자 티머시 가튼 애시(Timothy Garton Ash)의 말이 적절하다고 여겼다.

 

애시는 "자유민주주의 체계적인 적으로, 20세기의 대부분을 풍미한 파시즘 및 공산주의 체제와 같다"라고 했으며, 이런 중국의 모델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개도국에게 민주주의를 거치지 않고 근대화에 이르는 길로 여겨질 수 있다"라고 썼다.

 

이 같은 중국관은 2017년 12월, <미국 국가안보전략백서>가 처음으로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의 하나이자 패권 경쟁 국가로 묘사함으로써 공인됐다.

 

이후 2018년 3월, <미국 무역대표부 보고서>는 해외 기업에게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중국의 정책이 서구, 특히 미국의 값진 기술을 파헤쳐내서 중국 기업들이 서구 기업들과 단지 경쟁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없애버리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중국으로의 미국의 입장 선회는 미국 정부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사회 전반적으로 퍼졌다. 2020년,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여론조사에서 거의 3분의 2의 미국인들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봤다.

 

이는 이 센터가 해당 문항을 처음 넣은 2005년 이래 최대 수치였다. 중국에 호감을 표시하는 미국인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으며, 이는 역대 최저였다. 다시 한번, 미국의 대중국 관계는 비방과 공포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하버드대학 미-중 특강] 에서 -

 

728x90
반응형
LIST

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