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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자크 라캉의 대표 저서 [에크리]를 김석 님이 분석해 둔 책이다.

1차 서적으로 라캉의 저서를 접하기엔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2차 서적으로 살펴봤다.

(철학자들의 1차 서적은 왜 이리도 읽기가 힘든걸까?)

 

심리학을 다루며 스스로를 프로이트의 온전한 계승자로 주장하는 라캉이지만, 그럼에도 철학자적인 마인드가 강하게 박혀 있다 보니, 분류를 할 때 '철학자'로서의 라캉이 더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도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정신 치료도 하고 임상적인 부분을 아얘 놓진 않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정신 분석 치료는 어떠했을지 상당히 궁금해 진다. 실제로 치료 받으면 치료가 될까?)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 등이 자아 심리학에 경도되어 있을 때, '진정한 프로이트로의 복귀'를 주창했던 그는 정신분석협회에 반기를 들고 정신분석이론에 새로운 혁신을 주장한다.

 

그는 철학, 언어학, 인류학의 성과를 접목시켜 정신분석을 '말하는 주체'의 과학으로 재창조시켰다.

 

그리고 무의식의 '언어적 본성'과 '욕망'을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함으로써 정신분석이 오늘날 인문학과 예술비평의 토대이론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한 성깔 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이론을 인정 받고자 세미나에서 발표를 열심히 했으나 그 세미나의 의장이 도중에 중지를 시켜 버리며 제대로 인정을 해 주지 않자, 세미나 도중에 문을 박차고 나가 버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요즘들어 라캉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시리즈 책들이 다 읽기가 좋고, 재미도 있다.

 

뭔가 너무 과하다 싶은 푸코나 데리다의 철학이 싫은 이들이, 참신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실천과 삶을 배제하지 않는 라캉의 이론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일까?

 

그러나 그의 저서는 너무 어렵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저서를 '읽을 수 없는' 저서라고 평했을 정도이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구조주의 선구자로 등극한 라캉.

 

상징계, 대타자, 시니피앙 등의 개념을 가지고 전통적인 주체 개념을 전복시키는 혁신을 드러냈지만 도무지 그의 1차 서적은 읽히질 않는다.

 

그 사람의 성격이 반영된 듯한 괴짜같은 문체는 어떻게 설명할 방도가 없다. (물론 잘 이해되고, 지적인 희열을 느끼는 이들도 있긴 할 것이다.)

 

기존의 정신분석적인 마인드를 넘어서 철학적인 사고로(언어 철학적인 요소 가미) 무의식을 탐구하다 보니 그의 무의식에 대한 서술은 언어적 유희를 통해 반복되고 빗나가며 고정된 의미화를 벗어나는 시니피앙의 논리 지배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상으로 삼아 사유하고, 그것을 설명하고 싶지만 언어에 의해 왜곡될 소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리 저리 피해가고 비틀어 가면서 쓴 책 [에크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으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텍스트는 텍스트로 머무는 게 아니라 '나의' 욕망의 언어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에크리]가 던지는 메시지라고 하는데... (이게 뭔 x 소리야! 라는 유명한 GIF 짤이 생각난다.)

 

그는 특이한 성격, 특이한 삶, 특이한 이론을 지니고 맹위를 떨쳤는데 그러다 보니 구조주의자이면서도 구조주의자로 분류되기 애매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기존의 구조주의자들은 주체 혹은 의미적 차원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인 상징적 질서가 더 본질적이라고 주장하는데, 라캉은 '주체'라는 개념을 버리지 않는다는 특이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체와 상징계의 관계에 욕망을 위치시키고, 욕망의 윤리를 강조함으로써 여타의 구조주의자들과는 다른 특이성을 보여 준다.

 

그리고 [에크리] 이후에는 상징계를 벗어나고 그것에 저항하는 실재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론적인 전환을 보이기도 한다.

 

[에크리는] 는 '상징계와 주체의 관계'를 핵심주제로 삼으면서 욕망, 충동, 결여, 반복, 죽음, 대상 등의 용어들로 이 관계를 설명한다.

 

그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철학과 언어학을 중요시함으로써 철학에 거리를 두려고 한 프로이트와 대조를 이룬다.

 

그가 철학, 인류학, 언어학 이론의 새로운 성과들을 결합시켜 정신분석학의 개념들을 다듬고 이를 통해 프로이트를 재해석하면서 정신분석을 새로운 학문적 위치에 올려 놓는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라캉이 여러 사상들을 적당히 조합하거나 맹목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다. 라캉은 다양한 광물들을 녹여서 새로운 합금으로 제련하는 용광로 같은 사람이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라캉 같은 완성형 퓨전 학자가 나오니, 라캉에 마르크스에 헤겔도 접목된 슬라보예 지젝도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자신을 언제나 프로이트의 자유로운 독자로 소개했지 프로이트의 제자나 충실한 주석가로 평가하진 않았었다.

 

독자는 작품을 비판할 권리를 지닌다. 그리고 비판적 지성은 독자의 미덕이기도 한다.

 

이 책은 [에크리]에 제시된 라캉의 필수 개념들에 대한 이해도 도울 뿐더러 라캉이라는 사람을 공부하는 데도 친절한 텍스트다.

읽는 재미가 상당하고, 역사적인 배경이나 부연 설명도 재미있으니 꼼꼼하게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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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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