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단계'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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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라는 말은 그 자체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우리는 흔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리속에 그릴 때 보통 '~을 상상한다'고 말한다.

아니면 ​'상상력이 풍부하다'라는 말처럼 과거의 지각이나 경험을 근거로 존재하지 않는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재생하거나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도 상상에 포함시킨다.

어쨌든 상상이란 ​지금 이곳에 있는 현실보다는 가상 혹은 허망한 것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라캉이 말하는 상상계는 이와 차원이 다르다.

​라캉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상상계의 산물이라 설명하는데, 이는 상상계라는 말이 가상보다는 이미지에 매개되는 대상 세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라캉은 상상계의 본질을 심리학자 앙리 왈롱(Henri Wallon)이 사용한 '거울 단계'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은 거울 단계가 이미지를 매개로 해서 아동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상과의 관계를 자아를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성숙해나가는 심리적 발달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거울단계는 대략 생후 6~18개월 정도에 아동이 경험하는 사건이다.

처음에 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외부 대상과 구별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카오스처럼 하나로 뒤엉켜 있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알아 보게 되고 자신의 이미지에 매료되어 그것을 붙잡으려 하고 떠날 줄 모른다. 반대로 침팬지는 아이보다 더 빨리 거울 속 이미지가 자신의 것임을 알아차리지만 쉽게 싫증을 내고 다른 놀이에 열중한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거울 이미지에 대한 어린아이의 집착은 이후 모든 심리과정과 인식의 원형처럼 작용하는 중요성이 있다.

 

거울단계란 한마디로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자아로 알아보고, 그것을 중심으로 대상화된 세계를 구성하는 경험이다.

​동물이 이미지의 지배와 영향을 직접 받는 반면, 인간은 이미지를 매개로 환경 세계를 자신에 맞게 재구성한다.

 

이 ​재구성 단계에서 주체가 애착을 갖는 대상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거울 단계는 인격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라캉은 거울 단계를, 주체성의 구조를 이미지에 종속시키고 이를 토대로 상상계가 본격적으로 작용하는 첫 번째 단계로 본다.

여기서 단계(stage, phase)라는 말을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주체가 거치는 과정의 하나라는 의미가 아니라 '원초적인 구조'에 가까운 말이다.

 

거울 단계의 효과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지식 일반과 현실에 대한 관계에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라캉은 거울단계를 통해 자아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의 역할과 자율성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정신분석을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거울 단계의 본질을 몇 가지 주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프로이트&라캉,무의식에로의 초대] 에서 -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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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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