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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희생양 메커니즘의 한계점을 정리하자.

 

1. 폭력에 의해 폭력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2. '선한' 폭력도 문자 그대로 '선한' 폭력은 아니다.

 

결국 희생양 메커니즘은 인류가 안고 있는 폭력적 속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건 단지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나아가기 전에 '희생양의 조건'이 몇 가지 나오고, 그 조건에 부합하게 만들기 위한 '변형 작업'이 이뤄지는데, '희생양'은 복수할 수 없는 대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 희생양을 유죄로 만장일치 정죄할 수 있도록 변형시킨다면 그 다음에는 그 유죄성을 씻겨 버리는 변형 작업을 거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이렇다.

 

"갈등과 위기의 원인으로 여겨졌던 희생물이 희생당한 뒤, 즉 희생양 메커니즘이 작동한 뒤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단합을 통해 희생물은 역설적으로 사회를 위기에서 구원하고 화해를 가져오는 존재로 신성화 된다."

 

결국 위기와 극복, 갈등과 화해, 희생양과 신성한 존재, 폭력과 성스러움은 하나의 메커니즘의 양면에 불과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폭력이 근거 없는 폭력이었다는 사실, 무고한 자에 대한 폭력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기 위해서, 그리고 희생양에 대한 폭력이 실제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위해서 희생물에 대한 두 번째 변형, 즉 신성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사람들은 모두 이 작업에 참가하여 실제로 희생물을 신성한 존재로 받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여기서 남는 건 '폭력' 뿐이다.

 

그리고 지라르는 이러한 폭력의 반복적 메커니즘을 '사탄'의 존재에 비유한다.

 

이제 지라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결론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다.

 

그는 신화는 박해자들의 관점에서 폭력을 정당화하고 진실을 숨기려고 했지만, 성서, 특히 복음서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희생양의 관점에서 희생양 메커니즘의 진실을 드러내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경을 이런 식으로 해석해서, 그 진리성을 믿는 프로세스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이다) 

 

잠시 요약 정리하면 지라르는 모방 욕망 -> 희생양 메커니즘 에 이르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 할만한 다양한 문학 작품, 인류학 자료, 신화 등을 활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대-기독교의 성서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일부 비평가들은 지라르가 이미 '기독교'라는 답을 정해 놓고, 그에 맞는 내용들만 추려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 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라르는 자신은 결코 그런 식으로 작업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지적인 발검음이 결국 유대-기독교의 성서에 이르게 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 점이 정말 인상깊다.)

 

르네 지라르-작업하는 모습-

 

"제 연구 결과들이 저를 기독교로 향하게 했고, 그 진실을 믿게 했습니다. 제가 이러한 사유를 펼친 것은 제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이러한 사유를 펼치고, 또 기독교인이 된 것은 연구 결과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실제 신학의 눈으로 지라르의 이론을 바라보면, 성서 해석이 특정 이론에 치우쳐 있어서 불완전한 부분도 있고, 그 영역 이외의 기독교에 대해서는 지라르가 주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계점도 보일 수 있지만, 최소 지라르는 현대 세계에서 기독교의 진정한 가치를 알렸고, 세상의 모든 법칙과 역사를 초월하는 유일한 계시로 기독교 복음을 제시했으니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볼 수 있다.

 

(ex) 사탄에 대한 해석은 성서와 많이 다르다. 지라르는 박해자와 희생양에 대한 진술을 숨기고 끊임 없이 반복되는 폭력의 실체, 그 자체를 사탄으로 본다. 즉, 사탄은 희생양 메커니즘의 무의식이자 그것의 구조 자체, 경쟁적 모방 시스템 자체를 의미한다.)

 

그는 성서 속에 나오는 인류의 원죄는 타인의 욕망을 자기 것으로 하려는 모방적 속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즉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 자체에 대한 욕망보다는 그것을 먹음으로써 하나님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욕망에 빠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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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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