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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의 첫 SF 영화이다.

믿고 보는 명품 배우인 그이지만, 이번 작은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SF 영화, 우주라는 배경을 활용한 지극히 심리적인 인간 탐색 영화다.

애착과 자기애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봤을 때, 남기는 유산이 상당하다.

상당히 염세적이며, 인간에 대한 알레르기를 지니고 있는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

그는 마치 감정이 일부 결여되어 있는 로봇과 같이 자신의 일에 열중하며, 주변 사람들을 향한 정서 활동이 철수되어 보이는 유능한 우주비행사다.

 

어머니에 대한 정보는 현저히 적으나, 이 영화는 '아버지' 라는 인물의 중요성을 한껏 부각시킨다.

 

일찍이 자신의 꿈과 야망을 위해 새로운 생명체를 찾아 떠난 그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가정에 있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주인공 로이는 father hunger 를 지닌 사람으로 자라나게 된다.

 

 

 

애착의 측면에서는 다소 회피적일 수 밖에 없었으며 세상을 향한 사회성을 가르쳐 주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로 인해 그는 세상으로부터 철수된 모습으로 어색하게 살아간다.

사람들을 향해서는 웃는 모습을 보이는 페르조나를 드러내지만 늘 탈출구(exit)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모습 (1인칭 시점으로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카메라 시점이 압권이다.).

심지어 아버지로 상징되는 사회는, 더 나아가 '지구'라는 우리의 삶의 터전 전체에 대한 환멸과 거부를 남기게 된다.

 

그로 인해 주인공 로이는 지구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달을 넘어 화성을 넘어 해왕성까지 뻣어 나가는 우주 비행사의 삶을 살게 된다. 사람들은 이를 꿈과 비전이라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 로이에게 이는 거대한 도피에 불과하다.

심지어 달로 도피 했으나, 지구와 다를 바 없는 시설, 사람이 즐비한 모습을 보며 치를 떠는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는 아버지의 환영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하는 처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로이는 양가감정이 분명하다.

아버지를 그리워 하면서도, 아버지를 증오한다.

자신의 옆에 부재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 하지만 그 분노의 껍질을 벗겨 보면 그 속에는 깊은 상처가 존재한다. 결국 그 상처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려 버린 삶을 살았던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애착의 문제와 자기애의 문제로 씨름하는 로이는 결국 영화의 말미에 아버지와 재회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 또한 애착의 문제, 자기애의 문제가 있었겠지만 영화에서 애착의 문제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단지, 자신의 grandiose self(과대 자기)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다소 광적으로 '프로젝트'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묘사될 뿐이다.

 

주인공 로이와 아버지가 끈으로 연결되어 망망한 우주 속을 유영하는 모습은 상징적이다.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생활을 했으나, 로이의 내면은 늘 아버지와 심리적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의 부재에 대한 증오, 그로 상징되는 세상을 햠한 환멸,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타인을 향한 불편한 감정 등이 뒤엉키면서 로이는 끊임없이 싸워 왔다.

인간에 대한 환멸이 가득함에도, 절대적으로 혼자가 된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 하는 그의 모습은 회피적 인격을 지닌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강인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묘사되던 그도 아버지 이슈에 흔들리고, 자신이 잘해주지 못했던 옛 연인에 대한 회한을 끊임없이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쯤에서 숙고해 볼 수 있는 건 세대 간의 이슈이다. 그의 아버지는 결국 자신의 이슈(자기애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더욱 성숙한 심리적 성장을 이룬(아버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주인공 로이는 아버지를 더 성숙한 방향으로 인도해 주려 애쓰지만 결국 그의 아버지는 '자기를 찾는 여정'에 함몰되어 자신의 가족을 포기하게 된다.

 

혹자들은 내리사랑이 가장 고상한 사랑이라고들 하지만 오카다 다카시(일본의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자식들의 부모를 향한 사랑은 부모들의 자식들을 향한 사랑을 뛰어넘는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예외들은 분명히 있지만서도 부모들은 더욱 결핍된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욕구를 자식을 통해 푸는 경향이 그 다음 세대보다 더 노골적이고 강한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자녀들에겐 부모는 우주와 다름 없다. 아버지, 어머니라는 두 우주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와 우주를 지키려 한다. 이 부분은 이후에 관점이 바뀔 여지도 있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로이는 '아버지 이슈'를 극복하게 된다. 아버지를 떠나 보내면서 그의 삶에서는 새로운 눈이 떠진 것이다. 그 동안 삶에 대한 의욕을 전혀 보이지 않던 그는 2번째로 얻게 된 지구에서의 삶에서 새로운 삶의 목표와 방향성을 찾게 된다.

아버지의 관점으로 바라보던 세상이 비로소 자신의 눈으로 바라봐 지게 되면서 그는 일상의 소중함, 옆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에 눈을 뜨게 된다. 우주에서 지구에 도착했을 때 처음 손을 내밀어준 타인의 손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로이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된 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때론 미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 일상에서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삶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영화다.

아버지라는 이슈를 극복하고, 아버지를 건강하게 떠나 보내는 훈련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을 통제하거나, 바꿀 수 없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혹자들은 영화 [그라비티][인터스텔라]가 합쳐진 놀라운 작품이라고 이 작품을 평가한다. 그라비티에서 보여준 우주의 영상미와 인터스텔라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성찰이 융합된 작품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는 두 영화가 보여준 영역과는 또 다른 인간의 깊은 내면을 성찰하게 만들어 준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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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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