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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네이버 웹툰을 많이 보는 편이지만 다음에서 간혹 건지는 웹툰 중에는 소위 대작들이 많다.

 

강풀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했으며, 이번 작품 나빌레라는 단연 완성도 높은 추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는 어렵지 않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 어릴 때 꿈꾸던 발레를 배워 나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이야기에 중요한 기,승,전,결이 있으나, 자세한 스포일러는 생략함)

그러나 이 웹툰에서 '어르신이 발레하는 것'은 하나의 흥미로운 소재에 불과하며 일종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는 이런 눈에 띄는 작품의 소재가 매력으로 다가오겠지만 한 화 한 화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 작품의 참 면모를 보게 된다.

 

 

작품의 이면에는 한 인간의 꿈과 희망에 대한 깊은 고뇌, 그리고 다양한 인간관계 및 가족의 소중함, 시간의 소중함 등 보다 본질적인 요소들이 강조되어 있다.

작중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그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이 상당히 짜임새 있게 묘사되어 있어서 작품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깊은 몰입을 가능케 해 준다는 게 이 작품의 큰 장점일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화를 해도 좋을 만큼 퀄리티가 뛰어나서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어 함께 울거나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표현들도 주옥 같은 부분이 많다.

"다리 한두 번 부러지면 뭐 어때서?"

"꿈이 부러지는 것 보다야 낫지!"

작중 주인공을 진료하던 한 의사가 해 주는 조언이다. 주인공 할아버지가 발레 연습 도중 다리를 다치지만 꿈이 부러지는 것에 비한다면 그 위기는 감당할 가치가 있다는 용기를 선사해 주는 부분이다.

어린 시절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진 아들에게 "잘했어. 끝까지 뛰었으니까 된 거야. 넘어질 수 있어. 괜찮아. 아파서 잠깐 울어도 괜찮아." 라고 말하며 위로해주는 아버지의 회상 신 속에는 인생의 값진 교훈이 숨어 있다.

 

드라마와 웹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미생>​의 교훈과도 겹치는 지점이 있다.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건 취미지. 즐겁고 행복하지만, 무섭고 긴장되고, 실패하면 아쉽고 분하고 화나는 건 그게 꿈이라서 그래."

 

 

때론 두렵기도 하고, 더 잘하고 싶고, 지면 왠지 분하고 화도 나고.... 최근에 인기 온라인 게임 LoL 의 유명한 게이머가 늘 우승만 해 오다가 패배를 하고 나서 굉장히 아쉬워 하는 모습이 뉴스로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일부 사람들은 늘 세계 최고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 한번 아쉽게 진 것 가지고 너무 생색 내는 것 아니냐며 비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게이머는 진정 프로였으며, 그 게임에 꿈을 담았기에 한번의 패배에도 분해하며, 아쉬움을 남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나이를 먹은 노인을 주인공으로 만든 웹툰으로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비견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먹은 어르신을 주인공으로 삼은 웹툰이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기에 사람들은 젊고 눈에 띄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툰에서는 시간과 경험의 소중함,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어린 시절의 시간은, 시간이 무언지도 모른 채 지냈고, 어른이 되어가던 시간은 삶이 힘들어 하루라도 빨리 그 시간, 그 시절이 끝나길 바라며 지냈다. 나이 들어 평온이 찾아오고 시간은 다시 어렸을 때 처럼 시간이 지나는 걸 잊은 채 살았었고, 그리고 지금의 시간은 얼마가 남았을지 불안감을 떠안고 살고 있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돌아보고, 미련을 돌아보고, 시절을 돌아보고, 바람을 돌아보고, 내게 찾아온 행복한 변화들은 내게 찾아온 불행한 변화 덕분에 알게 되었으니.... 내게 ... 십년이 남아 있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게 일 년의 시간이 남아 있어도 행복해질 거다.

 

내게 한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 해도 행복해지고 싶다. 내게 하루의 시간만 남았다 해도 그래도 행복해지려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의 시절은 너를 만나 다행이고, 우리를 만나 꿈만 같구나."

이 웹툰의 주인공이 이야기의 극 후반에 남긴 이 독백은 참으로 명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자세히 따라온 독자라면 주인공과 그 주인공 주변을 둘러싼 수 많은 관계들 속에서 그리고 주인공 자신이 처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지닌 뜻이 얼마나 절절한지 공감할 것이다. 

가슴 속에 따뜻함을 남기고, 우리로 하여금 울고 웃게 만들어주는 웹툰.

만화를 가벼이 여기는 우리 나라의 수준 낮은(?) 정서에서는, 웹툰이 성숙한 문화로 인정받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 작품이 주는 강렬한 교훈은 평생 기억될 것이다. 훌륭한 작품이다.​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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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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