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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조디아제핀은 거의 반세기 전부터 대표적인 불안 치료제로 자리 잡아 왔다. 그렇지만 벤조디아제핀의 핵심적 화학 작용이 무엇인지 마침내 밝혀진 것은 1970년대 후반이 다 되어서였다. 역시 국립보건원 스티브 브로디 연구실 출신인 에르미니오 코스타라는 이탈리아 신경과학자가 벤조디아제핀이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이라고 하는, 뉴런 발화 속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신경과학적 원리를 아주 간략하게 줄여 설명하자면, 글루탐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뉴런을 자극하여 더 빨리 발화하게 한다. 반면 GABA는 뉴런을 억제해 발화를 늦추고 뇌 활동을 진정시킨다. (글루탐산이 뇌 신경회로의 가속 페달이라면 GABA는 브레이크다.) 코스타는 벤조디아제핀이 모든 뉴런에 있는 GABA 수용체와 결합하여 GABA의 억제 효과를 강화하고 중추신경계 활동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벤조디아제핀은 GABA 수용체와 결합하며 수용체의 분자 구조를 바꾸어 GABA 신호가 더 오래 지속되게 하고, 그러면 뉴런이 계속 더 느린 속도로 발화하여 뇌 활동이 진정된다. 

  신경과학에 대해서 이 정도 겉핥기식으로만 알아도 내 뇌에서 불안이 생겨나고 자낙스가 그걸 줄이고 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불안이 자라면 자율신경계가 싸움 또는 도주 모드로 들어가고, 머릿속이 마구 돌아가고, 온갖 종류의 재앙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몸은 완전히 고장 나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시냅스가 파열된 엔진처럼 점점 더 빨리 발화하는 게 상상이 된다. 자낙스를 먹으면, 운이 좋으면 30분 정도 지난 뒤에 벤조디아제핀이 GABA 수용체와 결합해 신경 발화를 억제하며 브레이크를 거는 게 느껴지는 듯하다. 모든 게……조금씩……느려진다. 

  물론 아주 단순화한 은유다. 나의 불안을 정말로 염화이온 통로를 얼마나 잘 막았는지, 편도의 신경 발화 속도가 어떤지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나? 사실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 편도의 신경 발화 속도는 불안이 느껴지는 정도와 상당히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지만 나의 불안을 편도 속의 이온으로 환원해 말한다는 건 내 성격이나 영혼을 뇌세포를 구성하는 분자나 그게 만들어지는 바탕이 된 유전자로 환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편협하다. 

  한편 실질적 고민도 있다. 벤조디아제핀에 장기간 의존하면 내 뇌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금 현재 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발륨, 클로노핀, 아티반, 자낙스)을 용량과 빈도는 계속 바꾸었지만 어쨌든 30년 넘게 먹어온 셈이다. 한 번에 몇 달 동안씩 날마다 복용한 때도 꽤 있었다.

  "발륨, 리브리움 등 이 계열의 약은 뇌 손상을 일으킨다. 약물 복용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대뇌피질 손상을 확인했는데 영구적 손상인지 의심하고 있다." 테네시 대학교 의사 데이비드 노트가 1976년에 이미 이런 경고를 했다. 그 뒤 30년 동안 학술지에 장기간 벤조디아제핀 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인지 기능 손상을 보고한 글이 수십 편에 달한다. 1984년 맬컴 레이더의 연구는 오랜 기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사람의 뇌가 물리적으로 수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중에서도 어떤 종류냐에 따라 뇌의 어떤 부분을 수축시키는지 차이가 나타났다.) 그래서 마흔네 살이 된 내가, 먹다 끊다 하긴 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신경안정제를 먹어왔기 때문에 전보다 머리가 나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 

 


 

-스콧 스토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중에서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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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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