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융심리학 해설'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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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코비

출판  홍신문화사

발매  1992.01.01

 

 

 

 

  너무 오래된 버전의 책이다 보니, 좀 더 깔끔하게 번역되고 가독성이 좋은 책으로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일단 칼 융의 심리학 자체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는 차별화를 둔 '집단 무의식'을 강조하고 있으며, 프로이트가 메타 심리학을 주창하며 과학적인 분석을 강조했다면 그는 좀 더 신비주의적이고 몽환적인 해석들이 주를 이룬다.

 

 

  흥미로운 걸로 따지면, 더욱 구미가 당기며 과연 실제 임상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하는데 이 책 자체는 좀 딱딱하고 깔끔하지 못한 느낌이다.

 

 

  융의 이론으로 들어가 보면 애니마, 애니무스를 구분해서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는 애니머의 발전 단계를 4가지로 구분하는데 제 1단계는 이브의 상에 의해 가장 적절히 상징되고 제 2단계는 <파우스트>의 헬레네에서 보게 되며 제 3단계는 처녀 마리아에 의해 제시되는 신성한 헌신으로 고양된 이미지, 제 4단계는 가장 성스럽고 지순한 것까지도 초월하는 예지에 의해 상징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설명 체계는 참,거짓 여부를 떠나서 참신한 분류이자 시도다. 개인적으로 명확히 일치하는 범주화는 아니지만 C.S Lewis가 <네 가지 사랑>에서 표현한 사랑에 대한 풍성한 분류가 더 지적인 동의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존의 예술 작품들 속에서 '무의식'을 끄집어 내는 작업은 심리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둔 것 같은 장엄함이 느껴지지만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그의 해석에서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설명하는 '자기'는 우리의 이식적인 시간의 경험 (우리들의 시간과 공간의 차원)에 포함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은 온갖 곳에 동시에 편재하고 있으며 '자기'는 공간적인 편재성을 시사하는 형태를 취하며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거의 '신'에 가까운 지위가 부여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가 이야기하는 '개성화의 과정'은 앰무새처럼 사람을 모방하는 일을 배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거듭거듭 위대한 종교의 스승인 그리스도나 석가모니 그 밖의 교조들의 종교적 원체험인 [외적인] 혹은 의식적인 행위를 모방하고자 힘쓰고, 그 때문에 석화 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가 드러나는 건 중요한 부분이지만, 과연 우리는 '석화'되어 버린 게 맞나?

 

 

  그의 이론이 아직 깊게 와닿진 않는다.

 

 

  가끔 흥미로운 분석들도 눈에 들어온다.

 

 

  가령 오늘날에 초상이나 조각을 파괴하는 일은 그 모델이 된 실제 인물을 상징적으로 죽이는 행위라고 표현하는데 그 예로 1956년 헝가리 동란시 파괴된 스탈린의 조상이나 스탈린주의자였던 헝가리의 수상 마티아스 라코시의 흉상을 매달았던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해석의 방향 자체가 내겐 낯설고 의문을 제기하는 게 주를 이룬다.

 

 

  가령 기독교에서도 동물 상징이 큰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하면서 사도 누가는 수소, 사도 마가는 사자, 사도 요한은 독수리의 문장을 가지며 그리스도도 신의 새끼 양, 물고기로 표현되기도 하며 십자가에 걸린 뱀, 사자, 일각 수 등으로 상징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에게 부여된 이런 동물적인 속성은 신의 아들조차도 그 높은 정신적 특질과 동시에 동물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근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들을 바탕으로 초인간적인 면과 마찬가지로 인간 이하의 면도 함께 신의 영역에 속하는 모양이어서,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이런 두 가지 측면의 상호 관계는 예수가 동물들에 섞여 마구간에서 탄생한 것을 그린 크리스마스의 그림 속에 아름답게 상징되어 있다고 융은 주장하는데...

 

 

  동물 비유는 그냥 '비유'로만 받아들여도 되는 것 아닐까?

 

 

  그런 식으로 과한 해석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꼭 그게 맞으리라는 법은 없고 사실 근거는 부실하다.

 

 

  그가 주장하는 바들 속에 많은 억지가 들어 있다고 느끼는데, 가령 이런 부분도 있다.

 

 

"우리들 생활의 각가지 현상 중에서 원의 상징은 지금까지는 흥미로운 역할을 담당해 왔고, 여전히 그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적지 않다. 제 2차 대전이 끝나갈 즈음 몇 년 동안 [하늘을 나는 원반] 혹은 UFO 로 알려진, 공중을 나는 둥근 물체에 관해 [환상적인 소문]이 나돌았다. 융은 이런 UFO를 이제까지 항상 원에 의해 상징되어온 (전체성을 나타낸다) 마음의 내용을 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꾸어 말하면, 이러한 [환상적인 소문]이 나도는 것 자체가, 현대인의 꿈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의식의 보편적인 마음이 원의 상징을 수단으로 삼아 이 천계적 시대에 존재하는 분열을 어떻게든 치유하고자 하는 시도의 나타남인 것이다."

 

 

  놀라운 해석이라고 극찬할 수도 있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들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의 천재성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내용 자체에는 지적인 동의를 할 만한 거리가 아닌 것 같다.(누군가에겐 세상에 대한 가장 멏드러진 해석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는 '무의식'을 개인주의적, 생물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집합적, 역사적'인 것으로 해석하였고, 프로이트의 기능적 기본이념인 '억압'에 대응하는 '보상'이라는 심리적 기능을 설정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 보상관계를 밝혔으며 '무의식'을 부정적인 것이 아닌 긍정적으로 재해석해 그 활용을 적극 주장했다.

 

 

  이와 같이 배울 만한 요소가 많고, 더욱 깊은 차원까지도 건드릴 수 있는 그의 분석 심리학은 강력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만 적절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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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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