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 보일드 하드 럭> 을 읽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또 다른 소설이다. 의도치 않게 , 이 분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자극적이지 않은 문체 , 그러나 뭔가 묘한 느낌을 가져 오면서 감정적으로 풍성한 상태를 만들어 주는 듣한 그녀의 필력. 편안한 느낌과 , 따스함이 느껴져서 꽤 좋아하는 작가.
이 책 속에는 크게 2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Hard-boiled> 와 <Hard luck> 이라는 …
두 이야기에서 겹치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죽음 ’ 이다.
<Hard-boiled> 에서는 , 동성이지만 연인보다 더 사랑했던 친구 ‘치즈루 ’ 를 떠나 보내는 주인공이, 때론 유령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 때론 꿈 속에서 죽은 친구와 다시 만나곤 하면서 다소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한다.
약간 으스스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 의외로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 분위기와는 ‘달리 ’ 따스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철 모르던 어린 시절 , 연인처럼 지내던 소중한 사람과 이별한 후 , 그녀는 죽어버렸다. 마지막 여행 때 , 바래다 주지 않고 홀로 산 속에 남겨둔 것에 대한 후회를 느끼는 주인공 …. 하지만 , 상대는 이미 죽어버렸다.
사실 , 이런 상황들이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에 …..
하지만 ,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이미 죽어 버린 친구 ’ 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그리고 , 결국 주인공은 ‘죽어 버린 친구 ’ 와 화해에 이르게 되는데 ….
“하드 보일드 하게 사는 거야! , 어떤 일이 있어도! ”
라고 말했던 , ‘죽은 친구 ’ 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 죽음과 후회’ 에 사로잡힌다면 , ‘남겨진 사람 ’ 에게 그 어떤 유익이 있겠는가..
‘죽음도 결국 삶의 한 조각 ’ 임을 묵묵히 받아 들이며 , ‘남겨진 자 ’ 에게 , ‘살아가야 겠다는 삶의 의지 ’ 를 부여해 주는 이 이야기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진다.
<Hard luck> 은 결혼을 한 달 앞둔 , 친 언니가 갑자기 ‘뇌졸증 ’ 으로 쓰러지고 , ‘뇌사 ’ 상태에 놓이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살아 있지만 , 죽은 것과 다름 없는 ’ , 친언니와 함께 있으며 소중한 ‘사람 ’ 을 갑작스레 떠나 보내야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시종일관 절절하게 내게 다가왔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 ,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상황들. 하지만 , 그러한 상황에 직면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
그저 이 모든 사건들을 ‘Hard luck ’(불운) 했노라고 , 치부해 버리면 조금은 위안이 될까.
그러는 와중에 , 언니의 배우자 되실 분의 오빠 분과 주인공 사이에 형성되는 미묘한 관계.
이러한 ‘감당할 수 없는 슬픔 ’ 속에서도 한 자락 찾아오는 작은 ‘행운 ’.
잃는 게 있으면 , 얻는 게 있는 인생.
‘불운 ’ 의 터널을 건너가고 있었기에 , 이러한 ‘작은 행운 ’ 도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 또한 이러한 작은 행운이 그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자그마한 위로가 되어 주는 건 아닐까.
그렇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 ’ 이라는 ‘극심한 고통 ’ 은 , 단지 ‘고통 ’ 에만 머무르지 않고 남겨진 자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도움닫기 ’ 가 되어 준다.
읽는 이로 하여금 , ‘삶의 희망 ’ 을 발견케 해 주고 , ‘불가항력적인 ’ 모든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날 것을 서정적인 문체로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솜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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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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