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상당히 근본주의적/보수적 기독교인이던 시절에 끄적인 글이다.
상당히 혹독한 비판을 했었는데, 다시 읽으면 좀 더 얻을 점이 있을까?
-> 요즘 다시 읽는다면, 좀 더 멋진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사람의 가치관도 변할 수 있다.
-> 기독교의 큰 틀을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문학 작품을 읽는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연금술사> 를 읽고…
워낙 유명한 책이라 , 역시 읽지 않고 있다가 기회가 되어서 읽어 봤다.
전체적인 배경이 서정적이고 , 잔잔하며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편하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인데 , 도대체 이 책은 왜 인기가 있었던 걸까?
아마도 , 이 소설은 인간의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우고 , 기존의 것에 저항해 보고 , 신의 경지에 이르도록 자아를 추구하고 , 새로이 변화된 ‘나’ 를 얻게 해 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일단 ,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대충 읽어 내려가면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 ‘Refresh’ 되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 이 책이 이슬람 신비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되면 , 마냥 생각 없이 읽기도 힘들 듯 하다.
일단 , 이 책의 저자인 코엘료 스스로도 마법과 텔레파시 , 명상 , 연금술에 심취한 사람이며 , 이러한 분야의 고수들을 찾아 돌아다녔다고 하니 대충 감을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연금술사] 라는 소설 자체도 수피교(Sufism) 의 동화를 바탕으로 하였다는데 , 이 종교의 목표는 인간이 신과 하나가 되어(이즈티마, ijtima) 신만으로 자신을 채우고 , 그 상태를 영원히 지속시켜(바카, baqa) 인간의 자아를 소멸시키는 것(화나 , fana) 이라고 한다.
이들이 일련의 혹독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가장 높은 단계의 영적 수준인 마으리파(ma’rifah) , 즉 ‘영지’ 를 소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니 ‘기존의 영지주의 , 신비주의’ 와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 코엘료의 소설에서는 ‘무언가의 전수’ , ‘어떠한 전통’ 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며 , 이러한 특징은 모든 신비주의 단체에서 잘 나타난다.
(전수를 통해 스승의 영지가 제자에게 이어지는 것.)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신비감을 불러 일으키도록 잘 짜여져 있고 , 하다 보니 사람들은 막연하고 엉성한 신비감에 사로잡힌 채 ‘지금 이 순간’ , ‘발을 디디고 있는 현실’ 로부터의 도피를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지금 이 시대가 얼마나 분별력 없이 흐려져 있으면 , 이와 같은 소설이 부각되는 것일지…. [시크릿] 이 함께 히트를 쳤던 것과 같은 맥락 안에서 이 책도 흥행을 한 것이리라..
코엘료가 모든 사람 안에 있다고 말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내적인 빛’ 이라는 건 , ‘허구’ 다.
타락한 인간에게서 그런 ‘선한 에너지’ , ‘능력의 에너지’ 를 끌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힘을 자신의 신으로 삼는 [하박국 1장] 사람이 되라고 독려하는 메시지.
세상 속에서 ‘답’ 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이와 같은 두리 뭉실한 메시지도 상당한 해갈을 줄 수 있겠다지만 , 이런 막연한 ‘긍정과 가능성 일색’ 의 책은 , 제대로 세상을 살아내는 이들에게는 아무런 만족감도 주지 못할 것이다.
너무 배배꼬인 감성을 지닌 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순 있겠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너무 가볍다. 참을 수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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