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면 공포증'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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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면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들은 많이들 해 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이 생겨 '공포증'(phobia) 수준까지 치닫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실제 사례들을 들어보는 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정 공포증은 사마귀, 개구리, 고양이 공포증 부터 시작해서 주사 바늘 공포증, 동그라미 공포증 등등 종류도 가지각색입니다. 자신이 적면 공포증에 해당한다면 관련 책을 사보시거나, 관련된 행동 치료 등을 검색해서 도움을 받아보시길 추천합니다. (필요시 정신과, 상담소 방문도 추천합니다.)

 

 

 

 

적면 공포증: 사람들 앞에 서 얼굴을 붉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적면 공포증 케이스가 처음 발표된 때가 1846년이었다.


독일 의사가 스물한 살 의대생이 얼굴 홍조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자살한 일을 기록으로 남겼다.


몇 해 뒤에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얼굴 붉힘에 관한 이론에 한 장을 할애해 사람이 가장 불안을 감추고 싶을 때에 얼굴이 붉어져 불안을 폭로하고 마는 현상을 관찰했다.


"​자기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얼굴이 붉어지지는 않고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할 때 얼굴이 붉어진다."


​"수줍음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자기 외양에 관해 언급을 했다 하면 꼭 얼굴을 붉힌다."


다윈 말이 맞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긴장하면 얼굴이 잘 붉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얼굴이 붉어졌다고 언급하면 더 타는 듯이 불타오른다.

 

 


 

여자 직장 동료 한 명은 결혼식을 앞두고 결혼식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수치를 견딜 수 없어서 여러 가지 약물 요법을 시도하고 심지어 수술까지 고려했다.

(긴장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 때문에 ​흉강경 교감신경 절제술 ​이라는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한 해에 수 천명이다. 흉곽 근처에 있는 교감신경 신결절을 파괴하는 수술이다.)


나한테도 긴장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여럿 있지만 다행히도 얼굴이 붉어지지는 않아서, 이 동료를 보면서 결혼식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을 굴욕이라고 여기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도 내 결혼식에서 땀 흘리고 떨면서 얼마나 부끄러워 했는지 떠올랐고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감정은 ​부끄러움​일 것이다.


불안과 얼굴의 홍조 둘 다 부끄러움이 추동한다.


1839년 영국 의사 토머스 버지스는 [얼굴 붉힘의 생리와 기제]라는 책에서 ​"영혼이 강한 힘을 행사하여 도덕적 감정이 일으키는 다양한 내적 정서를 얼굴에 나타낼 수 있게끔 하려고" 신이 사람이 얼굴을 붉히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붉어진 얼굴은 "우리가 신성하게 지켜야 할 규칙을 위반하고 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표지가 되므로 우리가 스스로를 저지할 수 있게 해준다" 다윈처럼 버지스도 얼굴 붉힘은 우리의 자의식과 사회성이 생리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본 셈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인식,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의식이 겉으로 드러났다는 말이다.


다윈의 후기 저작이나 현대 진화생물학에서는 얼굴을 붉히는 것이 우리가 무언가 부끄러운 사회적 위반을 저지르고 있다는 몸의 신호일 뿐 아니라 (얼굴이 뜨거워지므로 얼굴이 붉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겸손하게 인지함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곧 높은 계급에 있는 사람에게 사회적 겸허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 버지스 식으로 말하면 얼굴 홍조는 사회적 규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아 반사회적 충동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으로 불안해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진화를 통한 적응일 수 있다.


사회적 예의를 지킴으로써 무리에서 추방 당하지 않게 해 주는 행동이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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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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