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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소식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정신과 의사)인 임세원 교수님이 환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든 의료진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 응급 의료진에 대한 법이 강화된 바가 있다.

많은 이들이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정신과 의료진이 진료 도중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의료진을 향해 폭력을 가하는 경우에도 강력한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살아 생전에 환자들의 아픔에 깊게 다가가는 삶을 살아왔으며, 본인 스스로도 우울증을 겪고 있었음을 고백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와 같은 저서를 남기기도 했던 분이다.

자신의 정신과 질환을 세상 속에 오픈한다는 건 정신과 의사로서는 더더욱 힘든 일이었을 텐데, 환자들이 세상 속에서 정신과적 '낙인'을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해주려는 치료자의 깊은 용기와 배려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자살예방 사업에도 힘을 쓰고, 환자들에게 어진 의술을 배풀었던 그에게 이번 사건이 닥쳤다는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박모씨(30)는 현재 조울증(양극성 장애) 환자로 보도가 되고 있다.

최근 인터뷰를 보면 의사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폭탄을 제거해 주지 않아서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한 '피해 망상'(Persecutory delusion)을 지닌 상태이다.

기사에 달린 덧글들을 보면, 환자의 증상은 '조현병'(정신분열병, Schizophrenia)에 더 가까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으며 인터뷰 당시 횡설수설 하거나 혼란스러웠던 정황을 봐도 조현병 진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양극성장애(조울증) 환자도 Psychotic features 를 동반하는 중증인 경우에는 얼마든지 '망상 사고'를 유지할 수 있으며 사고의 비약(Flight of idea)과 다변(talkativeness) 등으로 인해 듣는 이로 하여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현재 확인된 진단명을 일단 맞다고 간주해도 될 것 같다.

정신과 의사들의 외래 진료실 안에는 오직 환자와 의사만 존재한다.

환자가 망상이 되었든, 환청이 되었든, 혼란스러움이 되었든, 공격성, 충동성이 되었든 무언가 '정신병리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상태라면 언제든지 의사는 '극심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임세원 교수님의 여동생 인터뷰를 보니,이번 사건 때문에 정신과 환자들이 더욱 '낙인'이 찍히게 되거나,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힘들어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이 있었다.

 

유족으로서 고백하기 쉽지 않은 말일텐데도 끝까지 환자들을 걱정해 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환자의 인권은 중요하다.

 

그래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는 강제 입원도 다소 까다롭게 변경이 되었으며 강제 입원이라는 제도를 악용해서 멀쩡한 사람을 병원에 가두거나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로부터 취약한 환자들을 보호해 주는 일정 부분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보안/개선할 만한 부분도 많다. 실상 지켜지기 애매한 상황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여러 명의 환자들을 치료하고 도움을 주고 있는 의사들의 인권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들이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강자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건 맞지만, 진료실에 들어온 난폭한 환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만한 장치는 전무하다.

마음만 먹으면 진료실 까지 direct로 들어와서 칼부림을 하는 건 일도 아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금속 탐지기가 설치된 병원도 있다고 한다. 국내 도입을 고민해 봐야 할 사안 아닐까?

 

 

아니면 진료실 뒤에 비상 탈출구가 마련된다든지, 보호해주는 직원들이 keep 을 하고 있거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해 주는 등의 방안도 고민을 해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환자들이 흉기를 들고 온 경우는 정말 없어야 겠지만, 굳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더라도 의사를 향해 주먹을 날리거나 발길질을 해서 의사들이 다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걸 고려했을 때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임세원 교수님과 그 유족들의 말처럼 환자들이 편견 없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그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또한 중요하다. 그들이 안전하게 진료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섬세하게 모색되어야 한다.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 환자들이 일반인보다 무조건 더 위험한 건 아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은 조현병 환자가 전체 환자의 1/3 정도가 된다는 통계를 감안했을 때 그들은 얼마든지 위험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병이 있음을 인정하는 병식(insight)이 없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스스로 약을 챙겨 먹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이므로 어떤 혼란 속에서 타인을 공격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생각과 동시에 드는 생각이 있다. 자신의 정신과적 질환이 주변에 알려질까 봐 두려워 하며 끝까지 소견서에 진단명 표기를 바꿔 달라고 부탁하던 내 환자들의 간절한 모습.

아직 우리 나라는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이 많은 상태이며 교육 수준이 낮은 일부 지역들에서는 그 편견의 강도가 훨씬 크다. 거의 중세 마녀 사냥을 할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곳도 많다.

우리의 '의식' 자체가 성숙하게 변화되어 가면서 그들에 대한 차별을 줄이고, 제도적으로는 환자 및 의사의 안전까지도 고려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신과에서는 '약자로 불리는 '환자'에 의한 잔혹한 폭력'이 일반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권의 '응용된 사각지대'를 잘 감안하여서 의사들의 생명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평생을 환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임세원 교수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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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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