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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진보언론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선 지금도 과오가 있느니 없느니 이런 말을 잘 하지 않아요.

 

그런데 왜 노무현에게만 그렇게 가혹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그 때는 선거제도가 1인 2표제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노무현 임기 초반에는 민노당이 원내 진입을 하지 못했지요.

정봉주: 그렇죠. 그때는 국회의원 투표수에 따라 정당 비례의석이 배분되었죠.

조기숙: 김대중 대통령 때 과거 선거 제도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2002년에 1인 2표제, 즉 인물 외에 정당에 별도로 투표하는 제도가 도입됐죠.

 

2004년 17대 총선 때 새로운 제도가 처음 적용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적지 않은 의석을 가진 민노당을 만난 거에요. 노 대통령은 민노당을 '경직된 진보', 열린우리당을 '온건한 진보'라고 불렀어요.

 

 

 

유럽식으로 표현하면 민노당은 구좌파(올드레프트), 참여정부는 신좌파(뉴레프트)라고 부르는 게 가장 정확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스스로는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민노당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진보가 아니고 보수인가?' 하는 고민이죠. 그런데 우리 팟캐스트를 듣고 이제 의문이 풀렸다고 해요. '아, 내가 신좌파였구나' 하고요

​정봉주: 내가 우리 미권스 모임에 갔더니 회원들도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렇게 생각했대요.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표현했던 경직된 진보는 아닌데 계속 광장에 촛불 들고 나오고, 정봉주를 만나니까 행복해. 그럼 정봉주는 또 뭐지? 정봉주는 진보라고 하는데 통합 진보당이나 이쪽하고는 결이 다르고. 이건 뭐지?' 그러다가 구좌파, 신좌파에서 딱 이해를 했다는 거예요

​'내가 구좌파가 아니라 신좌파로구나' 하고요. 그걸 보고 제가 엄청 똑똑해졌다면서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대번에 <전국구>라고 하더라구요.

 

​조기숙: 20세기 좌와 우는 경제적으로는 서로 대척점에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는 물질주의라는 점에서 같았어요.

물질주의는 우리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거에요. 빈곤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전쟁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물질주의 문화는 집단주의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매우 위계적이고 경직될 수 밖에 없어요.

세계 어디든 전통사회는 굉장히 위계적이었어요. 명령하면 복종하잖아요. 아직도 군대나 의사 집단 같은 데는 상당히 위계적이죠.

정봉주: 그렇죠. 오히려 교도소는 다 풀렸어요. 하하

조기숙: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곳에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해요

조은나래: 정신을 딱 차려야 하니까.

조기숙: ​인간이 자연재해와 맞서 생존해야 했던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개인주의가 용납될 수 없었어요.

 

마을에서 리더가 명령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협력해야 농사도 지을 수 있고, 자연재해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거든요. 위기와 싸우는 곳에서는 권위주의 문화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정봉주: 친노들은 또 저를 좋아해요

 

조기숙: 문화 때문에 그래요. 21세기의 키워드가 문화죠. 20세기에는 우리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 자본가의 편이냐 노동자의 편이냐가 중요했지만요.

정봉주: 근엄한 이념적 색채로 갈랐던 거 아니에요?

조기숙: 그렇죠. ​좌든 우든, 어떤 위계적인 질서가 있는 권위주의 문화였는데 그걸 한마디로 집단주의라고 해요.

 

​20세기는 집단주의 문화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21세기는 좌우가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탈이념적 성향​을 보여요.

 

 21세기는 개인주의 문화냐, 집단주의 문화냐 하는 게 갈등의 중심이 되죠. 이념적으로만 보면 노무현이나 진보언론이나 둘 다 진보인데 왜 갈등했냐. 그것도 구좌파와 신좌파의 분열이라는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죠. 정확히 말하면 문화적 갈등이에요

-[왕따의 정치학]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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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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