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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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모건 스콧 펙

출판  비전과 리더십

발매  2007.08.30.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은지 10년은 지난 듯 하다. 당시 그의 저서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다소 신랄하게 비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저서를 다시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준 저서가 바로 [거짓의 사람들]이다.

 

  그는 신학적인 엄격성의 관점에서는 다소 논쟁적이고, 때론 정교하지 못한 논리를 주장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정신의학자 또는 상담/심리학자의 눈으로 돌아가서 그의 저서를 읽노라면 그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 그의 인격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게 된다.

 

  그는 '악'을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등장시켰으며, '악한 사람'들을 경멸하거나 분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질병'의 관점에서 '동정'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줬다.

 

  그가 정의 내리는 '악'​은 마땅히 치뤄야 할 대가를 치르지 않은 게으름과 나르시시즘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을 당시 '원죄'를 게으름으로 해석하는 그의 주장에 크게 당황했던 게 생각난다.

 

  그는 이 책에서 수 많은 '거짓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상담 치료를 받으러 들어온 어린 아이가 아닌 그 아이를 데려온 부모로부터 '악'을 발견하기도 하며, 문제가 있다고 데려온 '남편'이 아닌 그 남편을 데려온 '아내'로부터 '악'을 발견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는 '집단 악'을 설명하기에 이르는데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만행 등에서 '집단 악'을 찾아 낸다.

 

​  실제로 사람들을 치료하고 상담하다 보면, DSM 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한 '어두움'에 직면하 게 되는데, 우리는 그 실체를 Naming 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분노를 느낄 뿐이다. 스캇 펙의 공로는 그 실체에게 '악'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주고, 그 존재를 '실체화' 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subtype 으로 '악한 유형'을 하나 추가해 보자고 제시하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치는데, 이 부분은 논쟁이 있을 법 하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서술되어 있는 '악한 사람들'은 크게는 인격장애 범주로 어느 정도 서술이 가능하며 좀 더 구체화 시키면 '자기애성 인격장애'에 부합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DSM 에 제시된 진단 기준 만으로는 서술하기 어려운 특정 유형의 사람들이 배제되는 묘한 기분이 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틈 속에 스캇 펙은 '악'을 대입시킨다.

 


 

  유신론자이며, 다양한 영적 존재의 실체를 인정하는 나로서는 DSM 진단 기준이나 모든 정신 병리 속에 '악'이 편만하고 모호하며 은밀하게 개입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나, '악'을 구체화 시켜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만드는 시도의 강점 또한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저서는 충격적이지만 높은 몰입도를 가지고 있으며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가 보호자들에게 느끼는 분노와 흥분은 특히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해 줘서 좋았다.

 


 

  후반부에 그러한 '악령'에 대항하여서 구마와 축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좀 충격적이긴 했다.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귀신들림에 의한 인격의 변화에 한정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스캇 펙의 책은 마치 자신이 초반에 길게 설명한 '악한 사람'들에게 축사 기도를 시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처럼 배열이 되어 있어서 약간의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 '악의 실존'에 대해 구체화 시키고, 이를 드러내 줬다는 점 만으로도 그의 공로는 대단하리라 생각하며 '악'이 성 어거스틴이 주장하고 C.S lewis 가 계승한 것처럼 단순한 '선의 부재'를 넘어서 온전히 '실존'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하나의 주요 논점이 될 것이다.

 


 

  결국 그의 저서 가장 마지막 1장에 담겨 있는 그들을 향한 치료 방법이 이 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악을 스폰지가 물을 빨아 먹듯이 흡수 시켜 버려서 소멸시켜 버려야 한다는 점, 그 역할을 단단하게 무장한 치료자가 해내야 한다는 것. 상대방의 강력하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공격들을 다 받아내서 자신의 몸 속에 흡수해 버리고 소멸시켜 버려 다시는 '악'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이 이 책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사람을 치료하다 보면 정말 '악령에 붙잡혔다' 고 말하고 싶은 존재들이 있다. 이성적으로는 스캇 펙이 정의 내린 방식으로 '악한 유형'을 만드는 건 썩 명쾌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악'이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 치료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를 한다. 또한 감정적으로는 차라리 상대방이 '악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치료에 접근하는 게 더 위로가 되는 순간들이 있기에 감정적 카타르시스가 있는 도발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영의 존재들을 고려하는 치료적 접근은 이 책의 깊이를 한층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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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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