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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광장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혼자 서 있는 일곱 살 아이라고 상상해 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엄마 손을 잡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엄마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엄마를 찾으려고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보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고 겁나는 낯선 사람들이 당신을 쏘아 보며 지나갈 뿐이다.

 

바로 이런 감정이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거의 언제나 느끼는 것이다.

 

자신만이 고립된 듯하고, 불안하며,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겁에 질리는 그런 감정 말이다.

 

주위에서 그를 아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은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에게 미소를 짓거나, 도움을 베풀거나, 따뜻하게 포옹을 해주는 군중 속의 몇몇 친절한 얼굴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곧 떠날 듯한 행동을 하든지 경계인이 헤어짐의 징조로 해석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든 하는 순간, 경계인은 공포에 질려 허둥대고,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거나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버림 받는 다는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장애가 있는 한 여성은 자신의 룸메이트가 지하의 공동세탁실에 가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는 것조차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한 예로, 어떤 남자가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아내에게 자신이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병에 걸렸다고 애기하자 아내는 남편이 의사를 만난 것에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때로는 버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계인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노 같은 방법으로 그 두려움을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느낌, 자신의 상황에 대한 무력감은 경계성 성격장애자의 분노를 쉽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경계인이 어렸을 때 보호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심한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부정하거나 억누름으로써 공포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을 수도 있다.

 

오랜 기간 같은 방법을 쓰다 보면, 더 이상 처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당신 주변의 경계인이 기분 나빠하거나 화를 낸다면, 혹시 그 사람이 버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유발할 만한 일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비경계인의 고백]

 

직장에서의 귀가 시간이 5분이라도 늦어지면 아내는 내게 전화를 걸어 어디 있는지 알아 내려고 한다. 무선 호출기를 들고 출근해야 하며, 아내는 끊임없이 호출기를 울려댄다.

 

친구들과 외출할 수도 없다. 아내가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중에 호출 당하는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심해 이제는 아내가 같이 나가지 않는 이상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그만두었다.

 

[경계인의 고백]

 

버림 받았다고 느낄 때의 내 감정은 고립감, 끔찍한 공포, 그리고 주위 모든 사람으로부터의 소외감 등이 뒤섞인 것이다. 나는 겁에 질려 당황한다. 배신 당하고 이용당한 느낌이다. 죽을 것만 같다.

 

어느 날 밤, 나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영화를 보고 있다면서 영화가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했다. 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다리미질을 했다.

그는 전화하지 않았다. 좀 더 기다렸다.

 

여전히 벨이 울리지 않았다. 버림 받을 거라는 끔찍한 느낌이 다시 닥쳐왔다.

 

나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전날, 이제 그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밤 10시, 마침내 전화벨이 울렸을 때는 이미 그와 헤어지기로 마음 먹은 뒤였다.

 

그가 헤어지겠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지워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고 보니 남자 친구는 그때까지 영화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우스꽝스러웠지만, 내가 느꼈던 아픔, 공포, 심장을 찌르는 듯했던 불안감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잡았다, 네가 술래야]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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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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