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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셔머의 <도덕의 궤적>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뒤에 Reference 를 제외하고도 650page에 달하는 상당한 볼륨을 자랑하는 책입니다.

 

이야기의 요지는 '과학'과 '이성'이 인류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비도덕을 유발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진리', '정의', '자유'를 이끌어 냈다는 대담한 주장을 하는 책입니다. 대개 종교, 신앙 등의 기준이 '도덕과 윤리' 등의 '가치'를 지탱해 주고, 과학은 '객관적 사실'의 영역을 지탱해 준다는 논점들이 주를 이뤘었는데요.

(데니얼 데닛, 리처드 도킨스 등의 강성 유물론적 무신론을 지향하는 이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논거도 반대를 하며, 종교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의 책을 보면, 그의 강경한 어조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쓴 [도킨스의 망상]과 함께 보면 재미있습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존 레녹스의 [신을 죽이려는 사람들] 을 보면 기독교적 변증이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도킨스와 레녹스, 맥그라스가 토론을 한 영상은 유투브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온건한 무신론 지지자들은 대개 종교의 역할을 일부 남겨두는 절충안을 지지해 왔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분법은 논리적이지 않고, 사실이라고 보기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셔머는 이젠 '도덕' 등의 '가치'의 영역도 과학과 이성으로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주장하며 그나마 남아 있던 종교의 자리를 가져가는 주장을 합니다.

책이 상당히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유신론을 지지하는 분들이 본다면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과학과 이성이 가져다 주는 순기능에 대해선 즐겁게 읽어 내려가면 되겠지만 이 두툼한 책을 다 읽으면 과연 전체 논리에 설득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하지만 도킨스의 저서,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데니얼 데닛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전제 자체가 달라서 그런지 논리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맥그라스나 C.S Lewis가 쓴 변증서적이 훨씬 논리적이고 치밀해 보였습니다.

과학의 정의 자체가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지라 여러 가지 논란이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온 내용을 간단히 고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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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과학은 과거나 현재에 관찰 또는 추론된 현상을 기술하고 해석하는 방법 체계로, 가설을 검증하고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방법 체계라고 한 것은 과학이 사실들의 집합이라기보다는 과정에 가까움을 강조하는 것이고, 기술하고 해석한다는 것은 그 사실들이 자명하지 않음을 뜻한다.

관찰 또는 추론된 현상은, 자연에는 코끼리와 별처럼 우리가 볼 수 있는 대상들이 존재하지만 코끼리와 별의 진화처럼 우리가 추론해야 하는 대상들도 존재함을 뜻한다.

(개인 의견: 과학의 정의를 임의적으로 정하여서 자신들이 원하는 논거를 획득하고 있는데, 과연 직접 볼 수 없는 현상을 '추론'할 때, 그 가능성이 과학적 사실이라 불릴 만큼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과거나 현재라고 표현한 것은 과학의 도구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뿐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과학에는 우주론, 고생물학, 지질학, 고고학, 그리고 인류 역사를 포함한 역사학이 있다.)

가설을 검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 타당한 과학적 진리가 되려면 반드시 검증 가능해야 함을 뜻한다.

 

검증을 할 수 있어야 참임을 확증하거나 거짓임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을 구축한다는 것은, 과학의 목표가 수많은 검증된 가설들로부터 포괄적인 설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세계를 설명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과학적 방법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관찰하고, 그것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측을 한 다음, 추가적인 관찰을 통해 그 예측이 맞는지 틀렸는지 검증함으로써 처음에 세운 가설을 확증하거나 반증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관찰, 결론의 도출, 예측의 검증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그런데 관찰을 통한 데이터 수집은 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는 가설에 따라 어떤 종류의 관찰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데, 이러한 가설들 자체는 관찰자의 교육, 문화, 특정한 편향을 통해 형성된다. 열쇠는 관찰이 쥐고 있다.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스탠리 에딩턴(Arthur Stanley Eddington) 경은 법적 은유를 사용해 그 점을 지적했다.

"물리학의 결론들이 참인지 가리는 최종 법정은 관찰이다."

과학은 모든 사실은 잠정적인 것으로서 언제든 도전받고 바뀔 수 있다. 그러므로 과학은 그 자체로 '어떤 것'이 아니라, 잠정적 결론들을 이끌어내는 발견 방법이다.

[이성]

 

 

 

이성이란,논리와 합리성을 사용함으로써 사실을 확인하고 입증하며, 그러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믿음을 형성하는 인지 능력이다.

 

합리성(rationality)은 추측, 의견, 느낌 대신 이성을 사용해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한 신념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본인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실인 것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지난 몇 십년 동안 이루어진 연구가 보여주듯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에 좌우되고, 편향에 눈멀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도덕 감정들에 이끌리는 존재다.

확증 편향, 사후 확신 편향, 자기 정당화 편향, 매몰비 편향, 현상유지 편향, 거점 효과, 근본적 귀인 오류는 우리가 증거를 무시한 채 사실이기를 바라는 것을 실제 사실로 믿게끔 만드는 뇌의 수많은 '동기화된 추론' 방식들 가운데 단 몇 가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성과 합리성은 우리 뇌의 특징적 요소로 자리 잡았는데, 패턴과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일(이것을 학습이라고 부른다)을 위해 진화한 그러한 능력이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에서 생존과 번성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인지 구조의 일부가 된 이성이라는 능력은 일단 생긴 뒤에는 애초에 진화할 때는 의도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분석하는 데 투입될 수 있다.

핑커는 이것을 열려있는 조합적 추론 체계라고 부른다.

"이성은 식량을 마련하고 동맹을 다지는 것 같은 일상적 문제들을 위해 진화했지만, 다른 명제들의 논리적 귀결로서 따라 나오는 명제들에 쓰이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러한 능력은 도덕에 중요하게 쓰이는데, "만일 어떤 종의 구성원들이 이성을 이용해 서로를 설득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그러한 능력을 발휘할 충분한 기회가 있다면, 그 종은 조만간 비폭력을 포함한 호혜적 배려가 서로에게 이익임을 발견하고 그러한 능력을 점점 더 광범위하게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 의견: 핑커의 설명은 진화 생물학을 '참'으로 전제한 상태에서 '이성'의 진화를 설명해 내고 있다. 독창적인 '가설' 정도로 간주하고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수렵-채집인들이 하는 것처럼 발자취로 동물의 움직임을 추론하는 것은 명백히 생존에 도움이 되고, 우리는 자동차를 몰고 상점에 가는 것에서부터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까지 모든 일에 그러한 추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과학사가이자 동물 추적 전문가인 루이스 리벤버그(Louis Liebenberg)는 우리의 과학적 추론 능력은 조상들이 발전시킨 사냥감을 추적하는 기술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리벤버그가 찾아낸 추적과 과학적 방법의 유비 관계는 흥미롭고도 중요한 사실들을 드러낸다.

"추적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 정보가 수집되면 가설은 수정되거나 더 나은 가설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동물의 행동에 대한 가설이 세워져 있으면, 이 가설로부터 그 동물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들이 맞는지 틀린지 점검하면서 가설을 검증하는 작업이 계속된다."

리벤버그는 조직적인 추적('그 동물이 무엇을 하고 있었고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자세히 알 때까지 단서에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것')과 사변적인 추적('단서들에 대한 초기 해석, 그 동물의 행동에 대한 지식, 그리고 지형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작업 가설을 세우는 것'으로, 이러한 작업 가설은 검증된 이론적 가설이 되거나, 확증되지 않을 경우 그 동물의 행방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이끌어낸다.)을 구별한다.

사변적인 추적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ToM)' 또는 '마음 읽기(mind reading)'라고 부르는 또 다른 인지 과정이 수반되는데, 그 과정에서 추적자는 자신이 쫓고 있는 동물의 마음이 되어 그 동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상상함으로써 그 동물의 행동을 예측한다.

리벤버그는 고고학 및 인류학 증거를 토대로 인간은 적어도 200만 년전부터(호모 에렉투스 때부터) 사냥을 하고 조직적인 추적을 했으며, 적어도 10만 년 전부터 사변적 추적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러한 인지 능력이 언제 생겼든, 사자가 어젯밤에 여기서 잤다는 사실을 유추하는 신경 구조가 일단 자리를 잡으면, 사자를 다른 동물이나 사물로, '이곳'을 '저곳'으로, '어젯밤'을 '내일 밤'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 과정의 대상들과 시간 소요들은 서로 교환 가능하다.

오늘날의 예를 들면, 우리가 구구단을 외워서 7 곱하기 5가 35임을 알면, 5 곱하기 7도 35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이 방정식에서 5와 7은 교환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잡아먹을 동물을 추적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추론 능력들을 위해 진화한 신경계의 부산물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진화한 뇌가 다른 목적에 쓰일 수 있으며, (먹잇감에서부터 사람들까지) 수많은 조합과 옵션을 아우르는 한 방정식의 X항과 Y항을 대체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은 우리가 다른 도덕적 행위자의 관점을 취할 수 있게 하고 따라서 도덕적 추론의 바탕이 되는 인지 구조다.

-[도덕의 궤적] 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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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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