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를 읽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기존의 그녀 작품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책.
상당히 밝고 , 가벼운 책.(가볍다는 의미는 절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님…)
그래서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
전반적인 줄거리는 이런 식이다.
2명의 형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 그들의 이름은 마미야 아키노부 , 마미야 테츠노부다. 이들은 나이를 지긋이 먹었음에도 , 서로 간의 끈끈한 유대를 잃지 않고 , 즐겁게 살아간다.
각자가 좋아하는 음료가 다른지라 , 저녁이 되면 어김 없이 캔 맥주를 홀짝이는 형과 커피 우유를 홀짝이는 동생.
그들은 , 자기들만의 독서 날 을 만들어 , 그 날은 하루 종일 책만 읽으며 빈둥 거린다.
함께 하루 종일 퍼즐 맞추기 놀이를 하기도 하고 ,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해 보기도 하며 , 방 청소도 하지 않고 잠을 질펀하게 자 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 함께 해 오던 삶인지라 서로간의 코드도 잘 맞고 , 같이 공유할 만한 오락 거리도 많은 이 형제는 , 참으로 삶을 ‘즐겁게’ 살 줄 아는 이들이다.
일단….
에쿠니 가오리 특유? 의 불륜 이나 육체적인 사랑 등이 상당히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스토리 상 약간 등장은 하지만 ,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 이 책은 상당한 ‘유니크성’ 을 지니고 있는데 , 이 책은 두 남자 … 바로 마미야 형제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난 이 두 형제의 집이 ‘생명의 피난처’ 로 기능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 실제로 이 책 속에서 방향을 잃어 버리고 , 혼란스러워 하는 다른 인물들(주로 여성) 이 , 두 형제의 집에 발을 들여 놓고 , 그들과 관계를 맺고 나서('성'적인 관계가 아닌 , '정서적인' 관계) ,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 남자친구로 삼기에는 부적합해 보이는 두 형제지만 , 그들에게는 ‘살아 있음’ 이 느껴지며(환언하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즉각 반응하는 ‘열정’) , 이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는 듯한 순수함과 인간미가 담겨 있기에 , 그들의 삶의 모습에 함께 참여 하다 보면 , 나의 ‘생명’ , 나의 ‘삶’ 도 그 뜨거움을 이어 받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세상은 복잡다단해 지고 , 고민해야 할 것들 , 힘써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 형제들처럼 살아간다면 , 한 번 유쾌하게 웃어 볼 수 있진 않을까……
하지만…. 비평도 조금은 하고 싶다.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
그들의 ‘삶’ 을 , 현실에 대입해 봤을 때 ,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라는 것이고 만약 이렇게 살아가는게 가능하다면 , 이렇게 사는 삶은 과연 행복할까? 라는 생각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참으로 편해 보이는 두 형제의 일상…. 하지만 , 이들에게 ‘잔혹한? 현실’ 로 다가오는 것은 , ‘이성 과의 연애 문제’ 이다. (다른 요인도 물론 있겠지만..)
이들은 , 현실 적으로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만한 모양새를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 이들의 삶에도 ‘고민’이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다.
물론 ,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인간 소외를 뼈저리게 실감하며 달려가는 이 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 이런 인간미 느껴지고 , 유쾌해 보이는 형제는 …. 그리고 그들의 삶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 역시 이 형제들도 세상과 완전히 담을 쌓을 수는 없었다.
작게는 그들은 세상에서 부여되는 많은 물질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 그러한 것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자신들이 누려 왔던 ‘유쾌하고 행복한 삶’ 은 , 심각한 흠집이 생기고 말 것이다.
또한 , 마냥 이렇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능사는 아님을 본능적으로 ,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그들은 ‘이성’ 에 대한 그리움도 토로하면서 , 자신들의 신세를 논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전개를 두고 , 비평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행복해 보이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냥 밀고 나가면 안 되나요.. 왜 이런 형제의 ‘삶’에서도 , 여자 문제는 빠질 수 없는 건가요? 그들의 순수함에 크든 작든 흠집을 내는 판단은 아니었나요?”
또는
“두 형제는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모습… 이런 느낌만 잘 살려도 , 아름다운 이성과의 만남이 가능하다는 판타지 적인 결말을 만들어 주시면 안 되나요?... 얼마나 예쁜 글이 되겠어요?”
라고…
하지만 , 이 소설은 이 두 가지 요청을 다 거절한다.
충분히 현실에 있을 법한 공간임에도 , 그들의 삶이 현실과 분리된 듯 너무 예쁘게 돌아가기에 그들의 삶을 ‘약한 판타지’ 정도로 규정해 본다면 , 그들의 삶에도 분명 현실적인 문제들이 틈 타오기 시작하며 , 그들의 ‘이성에 대한 대쉬’ 는……
오타쿠는 안 돼!
로 귀결되고 만다.
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밝은 엔딩을 그리고 있는데 , 주변 이들에게 따스한 인간미를 전하고 , 그들의 삶을 작게 나마 ‘풍성하게’ 만들어 준 , 두 형제는 다시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삶은 , 분명 모두는 아니더라도 , 많은 이들이 한 번 꿈꿔 왔던 '행복' 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사람들은,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 그리고 자기가 왜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한 나머지 , 휴전을 외치고 싶어 한다.
'이젠 이 지독한 레이스를 중단하고 , 훌쩍 떠나고 싶다. 하루 라도 이렇게 살아 봤으면....'
이런 현대인들에게 , 방콕의 전형은 정말 매력적임에 틀림 없다.
더군다나 혼자도 아닌 , 마음이 맞는 타자와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는 생활이라면 , 외로움도 달래 주고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두 형제의 모습이 '진정한 의미의 해피 엔딩' 인지는 , 각자의 의견에 맡기고 싶다.
이러한 삶으로의 도피가 아닌 , 굵은 땀방울 속에 스며 있는 '행복' 을 더 가치있게 여기는 나로서는 , 두 형제가 어서 빨리 자신들이 지닌 '따스한 인간애' 를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 책에서 그들은 ,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고 , 그 열매를 보여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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