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노 과르디니'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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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마음으로 시달리나느 사람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시련이 현실과 인생을 남들보다 오히려 더 깊이 체험하는 '좋은 우울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난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은 참으로 선량한 사람들, 아주 좋은 사람들, 아주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양심을 지키고 이상을 버텨 내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기에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는 때로 황당하리만큼 크기만 합니다.

 

그들이 남몰래 아파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길고 불안하고 고독한 것일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러나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극도로 성가시게 보이는 현실이지만 이 현실에도 우리 손에 의해 매만져지고 사랑 받을 권리를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영원과 무한의 의미가 시련들을 빼곡이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아픔들 자체가 현실을 처절하게 담고 있는 진솔한 인간의 기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에 하나님이 새겨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같은 과르디니 신부의 마음이 잘 반영된 책자다.

 

 

얇지만 상당히 깊은 철학 서적이며 앞 챕터에서는 '우울한 마음의 의미'를 깊게 고찰해 보고 두 번째 글인 [키에르케고르 사유 여정의 출발점]에서는 우울한 철학자였던 키에르케고르의 여러 가지 중요 사상과 개념들을 잘 정리해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울한 마음'에 대한 깊은 사색과 동시에 '키에르케고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이 얇은 책자는 유용하다. (사실 키에르케고르의 1차 서적도 만만치 않게 어렵기 때문에 2차 서적으로 사용하기 좋다.)

 

선천적으로 우울한 기질을 타고나는 이들이 있다. 때론 환경적인 요인이 그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데 그들이 치열하고, 성과를 내야 인정 받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란 만만치 않다.

 

그 속에서 과르디니 신부는 '좋은 우울감'을 지니고, 그 기질을 잘 활용할 것을 촉구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 긍정 받고, 그 속에서 '존재'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을 더해준다.

 

종교철학 교수로 오래 활동했었던 만큼, 그 글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진 않지만 천천히 곱씹어 보며 읽는다면 가벼운 '위로'를 던지는 다른 심리학 서적보다 훨씬 더 깊은 힐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중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상처 나기 쉬운 내면은 상처를 입히는 것을 피해 달아나려고 애씁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러나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울감에 젖은 사람의 심리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이 아주 철저한 이타주의적 기질을 가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입니다)"

 

"우울감에 빠진 사람은 혼자 있을 때에 비로소 마음이 편해집니다. 우울감에 빠진 사람만큼 정적과 고요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울감은 우리가 한계를 지닌 존재라는 데 대한 표현이고, 우리가 - 이제부터는 여태껏 사용한 너무 조십스럽고 추상적인 단어 '절대자'를 버리고, 그 대신 실제로 적절한 단어인 '하나님'을 사용합시다 - 하나님과 벽을 맞대고 아주 가까이 살고 있다는 데 대한 표현입니다.우리가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람이라는 사실, 당신을 우리 삶 안에 모셔들이도록 부르신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우울감은 영원한 것이 인간 안에 태어나는 그 탄생의 아픔입니다."

 

"좋은 우울감은 영원한 것이 태어날 수 있도록 그에 앞서가는 우울감입니다."

 

"인간의 의미는 살아 있는 한계로서 살아가는 것이고, 그런 한계의 삶을 자신 안에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것을 끝까지 짊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실존 철학적 세계관을 가지고, 그는 '우울감'의 근원을 추적한 뒤, 하나님 안에서 '존재'의 받아들여짐을 고백한다.

 

그 뒤에 나오는 키에르케고르에 대한 설명도 도움이 많이 되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글을 올리겠다.

 

(사실, 이 의미를 삶으로 체득하면서 버텨내는 작업이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인 것 같다. 이와 같은 이론의 진실을 머리로 학습하고 세상 속에서 그 우울감 속에 몸을 한번 더 내어던져야 살아지는 세상이기 때문에 실제 마지막처럼 아름다운 고백으로 여생을 마치는 건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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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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