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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권력'에 대해 고민해 보는 책이다. 제자와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책으로 책의 사이즈도 작고, 분량이 많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A라는 학생은 자신이 담당한 학급의 '단결력이 없어졌다'는 문제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온다. 그리고는 '단결력'을 시작으로 '권위'와 '권력' 등에 대한 용어 정의를 해 나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던 개념들을 한번 더 회의해 보고, 질문을 던져 보는 저자의 문답법은 상당히 독창적이었는데 내용이 복잡하거나 방대한 내용을 다루진 않으나 설명 하나하나가 깊게 숙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단결력이 왜 없어져 가는가?

 

-> 권위가 상실되어 가기 때문이다.

-> 권위란 무엇인가?

 

답: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권위는 타인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자신을 따르게 만드는 모종의 힘이다.

 

-> 권위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 안에 있는 걸까?

답: 개인 안에도 있고, 다른 데에도 존재한다.

 

-> 권위와 권력은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가?

답: 권위를 잃어가기 시작하면, 타인을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끌려는 욕구가 생기는 데 우리는 이것을 권력이라고 부른다.

결국 '말을 듣는 것'은 권위에 따른 것이고, '말을 듣게 하는 것'은 권력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권력은 권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둘은 칼로 무를 자르듯이 이분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리고 권위를 잃게 된 사람은 단결력을 지키고 싶은 나머지 권력에 의존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권력 지배의 특징은 '규칙'을 만들고 이를 위반한 사람들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방식이다.

인간의 깊은 욕망을 핵심적 근원으로 통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이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권위에는 '내적인 불안'이 내재되어 자신이 자발적으로 따를 만한 '권위자'를 상정해 두고 자신의 내적 불안을 해소하게 만드는 힘이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의존성'을 채운다. 그리고 권력에는 '외부의 공포'가 대응하여서 그 공포와 힘에 눌려서 명령을 따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렇다면 권력은 나쁜 것이고, 권위는 좋은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은 권력과 권위 모두를 넘어서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정치에 적용해 보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정권에서 권력과 권위의 이미지를 더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진보적인 정권이 대안이 될까?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왜냐하면, '권위와 권력'은 '각 개인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기 때문에 '권위와 권력을 전복하자' 라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권위와 권력의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순간, 자신들도 또 다른 '권위와 권력'을 행사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권위와 권력을 갈아 엎고 새로운 이상을 세워보자' 라는 프로파간다 보다는 '권위와 권력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주장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권력적인 사고 자체를 부정하라. 권력적인 사고의 뿌리를 포기해야 한다' 는 그의 주장은 유토피아를 지향하며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상'은 가까이에 있어서 우리가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다다라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이상'은 영원한 저편에 있는 길잡이별과 같기 때문에 '이상'을 향하는 '방향성'을 지향하면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옳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느낌이다.

"권력적 사고, 권위주의적 사고를 부정하라"

"단결력 문제를 포기하고,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지향하라"

그의 마지막 비유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단결력이 있던 사회'는 우리가 방금 막 떠난 물가다.

'단결력을 따지지 않고 그저 조화를 이루는 사회'는 우리가 가려고 하는 물가의 반대편인데 아직 그 쪽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원래 우리가 머물던 물가로 되돌아가기는 쉽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그와 반대 방향이다.

이와 같은 이상적인 목표라 해도 이 목표가 현실적이지 않다 해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우리는 그곳에 도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곳을 응시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단순해 보이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차원 높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고민이 된 부분도 몇 군데 보인다.

 

5챕터에서는 의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빗대어 의사에게 과연 권위나 권력이 필요한지를 자문해 본다. 좋게 말하는 상당히 인격적이며,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존중받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의사에게 권력까진 아니더라도 권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을 때 과연 인간의 본성상 의사-환자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또한 저자의 말처럼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라기 보다는 응시해야 할 방향성일지도 모르겠다. 의사가 이 책이 지향하는 마인드를 지닌 채 진료에 임한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6챕터에서는 신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과학적인 것'과 '미신적인 것'으로의 전형적인 이분법으로 신앙 활동을 해석하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

 

이러한 시선이 일부 토착 종교들에 대한 설명은 가능하겠지만 주류를 이루는 종교들의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의 권위에 기대는 이유는 '인간의 무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전형적인 '간격의 하나님'(God of gap) 논증을 벗어나지 못해서 다소 얄팍한 구석이 있다.

이 외에도 '상'에 권위를 부여하는 우리의 모습, TV에 나오는 광고의 권위에 의존하는 모습, 사전이라는 권위에 자신의 판단을 맡기는 행위 등에 대한 고찰 등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 담겨 있으니 관련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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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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