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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송: 제 고민과 제안을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국 개신교를 바라보는 데 쓰여 온 '교계(church society)'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개신교인들의 생각을 그동안 소위 '교계 지도자(church leader)'들이 대변해 왔습니다.

 

특히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나 NCC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같은 교계연합기구가 그런 역할을 해왔지요.

 

 

 

 

그런데 이런 구조가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한기총이나 NCC 말을 듣고 '한국 개신교는 이런 입장이구나'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교계 대표가 한국 개신교를 대변하고, 또 대표할 수 있다고 보는 패러다임이었습니다.

이 논란 때 한기총과 NCC 둘 다 사학법에 반대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기독교사운동 단체에서는 사학법 찬성 입장을 발표했거든요.

기독교사들은 당시 교계 정서에 역행하더라도 그 법이 사립학교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리고 성도들의 절대 다수는 학부모들인데, 이 층에서도 사학법 찬성 입장이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사학 운영자가 교계 지도자의 주축을 이루고 있고, 그들이 삭발식을 거행하는 등 강경한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마치 한국 개신교 전체가 사학법 반대 입장인 것처럼 알려졌습니다.

저는 이런 것이 목회자가 한국 교회를 과잉 대표하는 경우라고 봅니다.

그것은 목회자들 스스로 감당 못할 과도한 짐을 지는 불행한 일이고, 성도들은 자기들이 선택하지 않은 대표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론 왜곡 현상을 겪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저는 '교계' 패러다임에서 '기독교 사회(Christian society)' 패러다임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는 기독교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과 그룹의 한 부분이고, 이들은 목회 전문가로서 분명한 입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교육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면 교육 전문가, 사학 운영자, 교사 집단, 학부모 집단 등 한국 개신교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그룹 중에서 교육과 관련 있는 이들의 발언을 먼저 경청해야 한다고 봅니다.

앞서의 사학법 논란을 제대로 다루려면, 이런 여러 집단을 취재해서 그들이 같은 입장이라면 '한국 개신교는 이런 단일한 입장'이라고 보도할 수 있겠지만,만약 의견이 엇갈리면 '개신교 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고 알려야 옳습니다.

저는 목회자들이 전문적인 목회 영역을 넘어서, 자기가 대변할 수 없는 주제나, 위임받지 못한 의사에 대해 과잉 대표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교회를 목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상정한다면 전혀 갈등이 없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앞서 말씀하신 개혁주의 전통이 '기독교 사회' 개념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럴 경우 큰 원이 기독교 사회가 되는 셈인데, 그러면 그 핵심에는 무엇이 와야 하는지 궁금한 겁니다.

저는 그 핵심에 하나님 나라와 복음에 대한 헌신이 자리 잡아야 마땅하다고 보는데, 이 자리에 어떤 물리적 기관이 놓일 수 있는가 싶은 것입니다.

그러니 그 영역을 비워 놓는 것이, 그러니까 그 영역이란 하나의 기관으로 대변될 수 없다고 설정해 놓는 것이 개신교적 신앙고백에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묻고 답하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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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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