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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승구

출판 합신대학원출판부

발매 2013.10.01

 

 

 

  인기 절정인 톰 라이트에 대해 개혁신학(보수신학)에서 입장을 표명한 책이다.

이승구 교수님은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일단 한국에선 개혁주의 신학이 '보수주의 신학'을 대변하는 용어가 되어 버렸지만 원래 '개혁주의 신학'은 좀 더 넓은 관점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Term이라고 생각한다.

 


 

톰 라이트의 작금의 주장들이 상당히 논쟁적이고, 사람을 고민되게 만드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약간은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의 이론에 대해 적절한 비판을 해주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톰 라이트의 입장은 잘 비판되지 못한다. 그러기에는 뭔가 역량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이 책은 톰 라이트의 원서들을 읽으면서 그의 입장을 장황하게 인용하면서 인쇄된 책이기 때문에, 두서가 없고 산만한 느낌이 든다.

 


 

뭔가 라이트의 글을 천천히 곱씹으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다음에 차분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느낌이 아니라 일단 이상하다 싶은 부분들은 다 인용을 해 둔 다음에 그 뒤에 자신의 입장을 빠르게 정리해서 몇 자 적는 느낌으로 전개되는 책이다.

 

 

          

                                                               

                                 (톰 라이트)


 

라이트가 [칭의를 말하다]에서 존 파이퍼 목사님이 이스라엘의 역사를 무시하면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점에 대해서 이승구 교수님은 라이트가 너무 자신의 입장에서만 관찰한 것 같다고 비판을 하긴 하는데, 이게 라이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의 [칭의]에 대한 부분을 비판할 때도 딱히 그 논리에 비판을 하지는 못하지만 1500년 경의 전통(orthodoxy)에 기대어서 그와 다른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할 뿐이다.

 


 

그리고 라이트가 성경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을 비판하면서 성경에 전혀 비판을 시도하지 않는 이들을 라이트가 문자주의자들, 근본주의자들이라고 냉소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모습을 다시 비판하는데, 이건 이 책의 저자가 지향하는 '독특한 노선'에 기대어서 비판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논쟁적인 주제가 되었던 성경 비평에 대한 부분이니만큼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비판받는 걸 막을 방도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부분적으로 라이트가 성경을 주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에서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다. 역사적인 접근만을 지향하다 보니, 우리가 들어왔던 해석과 너무 다른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라이트의 원서를 직접 본 게 아니라 이승구 교수님의 인용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라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때는 성경에 대한 다차원적인 해석을 지지하는 이승구 교수님의 접근법에 마음이 더 간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이승구 교수님의 의견에 잘 설득되지 않는다.

 


 

  톰 라이트가 천주교적인 성찬 이해를 허용한다고 표현한 것이나 동방 교회의 '예수 기도'가 우리에게도 의미있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 극도의 위험성을 드러내며 경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진리를 순수하게 지켜 내려는 그의 열심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앞과 뒤가 다 막혀서 유연성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보일 때도 있다.

 


 

  또한 라이트가 '신조 중심의 기독교'와 '성경 중심의 기독교'를 구분해서 후자에 집중하자고 역설한 부분은 너무도 당연한 해석인데,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신조 작성가들이나 신조를 믿는 분들이 성경으로부터 시작하여 나아갔다는 것을 기억하자며 신조중심의 기독교를 지켜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라이트가 1세기 예수 그리스도에게 헌신해야지 16세기의 칼빈에게 충성해서야 되겠는가? 라는 식의 말을 하는 건 당연하다.

 


 

  이승구 교수님의 경고를 들어보자.

 

 

  "그러나 우리는 신학을 한 시대를 대상으로만 하는것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모두를 의식하면서 하는 것이다. 라이트는 미래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금 그가 논의하는 것은 결국 성경에 충실하려는 개혁자들의 논의 방식을 사용해서 개혁자들의 논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 되며, 이는 결국 종교개혁이 내용적으로는 잘못된 것이거나 지나친 것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라이트는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이런 식이다. 라이트는 종교 개혁을 부정하지도 않고, 그 가치를 폄하하지도 않는다. 놀라운 사건이었고, 하나님의 중요한 이끄심이었음을 믿지만 그 개혁 역시 인간의 손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완전히 무오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보수주의자들은 그런 식의 해석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성경무오설도 문자 그대로 신봉하게 된 건 아닐까?

 


 

"그러므로 우리는 종교개혁의 형식적 원리인 성경에 충실할 것과 함께, 종교개혁의 내용적 원리인개혁자들이 이해한 이신칭의 교리에도 충실해야만 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라이트에게 아쉬운 점이 바로 이점이다. 부디 라이트가 종교개혁의 형식적 원리에만 충실하지 말고, 그 내용적 원리에도 충실할 날이 오기를 원한다."

 


 

이런 충격적인 입장을 지지하면서 라이트에게 훈수를 둔다는 게 당혹스럽다.

 


 

세계관 분석 방법론 같은 챕터는 상당히 중요한 접근법이고, 좋은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인용하며, 정리를 한 건지 약간의 의구심이 생기는 구성과 짜임새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라이트의 입장에 따르면 그 어떤 인간도 신적인 관점을 가질 수는 없으니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진술을 할 수는 없고, 우리 모두 다 제한된 의미에서 각자의 주장을 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라면서 그는 이와 같은 견해를 반박하는데, 그렇다면 종교개혁을 100% 형식적, 내용적으로 다 받아들이는 누군가는 그런 절대적인 진술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 것일까?

 


 

  글을 보다 보면 이승구 교수님은 워필드, 반틸 등의 성경 해석법을 동의하는데, 코넬리우스 반틸은 쉐퍼의 스승이었지만 쉐퍼조차도 등을 돌린, 극단적인 보수주의자 아니던가...... 진리를 엄밀하게 지키기 때문에 자신은 그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늘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는 라이트의 열린 관점, 논의를 하고자 하는 넓은 자세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는데 결국 그의 말에 따르면 이성논증은 하지 말아야 하고, 학문적인 접근은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자신도 이성을 활용하여 학문적 접근을 하면서 라이트를 비판하고 있으니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마치 절대 진리는 없다고 주장하는 상대론자들, 포스트모던주의자들의 '그 주장'을 절대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모순되어 보인다.

 


 

  세부적이고 사소한 해석에 있어서는 이승구 교수님의 라이트 비판이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고, 고민이 되는 영역도 있으나 크게 봤을 때는 결국 이승구 교수님은 자신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잣대를 가지고 라이트의 안 좋은 부분을 꼬집어 낸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24장에 대해서 대개 영적인 해석을 많이 첨가하는데 라이트는 이 속에 예수님의 재림이나 '때의 징조'에 대한 생각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부분들은 좀 더 고민이 된다. 그리고 다차원적인 해석의 용도로도 하나님이 쓰실 수 있다고 믿는 견해를 나는 지지한다.

 


 

  그리고 이 책은 라이트가 공헌한 부분도 앞에 조금 써주긴 하지만 대부분은 뒤에서 잔뜩 비판하고 싶은 전조에 불과하다.

 


 

  라이트가 지닌 하나님 개념에 대해서는 칼 바르트를 따르는 이들에게서 듣던 말을 라이트가 한다면서 그 말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냥 자신은 칼 바르트 입장을 반대하고, 정통적인 해석이 맞다고 믿기 때문에 이런 말들이 비판의 근거가 되나 보다.

 

(21세기의 C.S 루이스라 불리며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톰 라이트, 퍼옴)


 

  그리고 예수님의 제사장직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고 선지자직(그리고 왕직)에만 집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는데, 이런 건 책의 분량을 채우기 위한 유치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트보다도 좀 더 균형잡힌 성경해석자들을 갈구하게 되고, 우리들의 성경해석에서 이와 같이 한 해석에 집착하여 균형을 깨는 무리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이 논의를 통하여 우리들은 스스로 흥미롭다고 발견한 한 해석에 사로잡혀서 성경 해석 전체를 그르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로고 주의하여 가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게 된다."

 


 

  라이트의 시각이 균형잡히지 않았다면 어떤 것이 균형잡힌 시각일까? 역시 답은 정통주의적 해석을 충실히 따라주는 게 바로 '균형 잡힌 것'이라고 그는 말할 것이다.

 


 

  일단 이 책은 라이트의 입장을 너무 곧이 곧대로 듣지 말고, 좀 더 비판적인 눈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나도 라이트의 글을 보면서 놀라곤 하지만, 동의가 안되는 부분이 몇 가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승구 교수님의 입장이 더 균형잡힌 시각이라고 보이진 않는다.

 


 

  반틸의 전제주의를 다시 가져오자고 말하는 순간, 그의 입장은 그의 노선은 오른쪽 그 어딘가에 고착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관련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저자의 '진리'를 향한 열정과 노력에는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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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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