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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물이며, 우리에게 배트맨 시리즈로 친숙한 조커다. 대표적인 빌런인 조커가 주인공인 영화라니.... 고담시를 피바다로 만들고, 폭탄을 터뜨리고 군단을 끌고 와서 학살하는 내용일까?

조커가 주인공이라면 누가 조커를 막는단 말인가??

다양한 추측들을 하며 관람하게 된 이 영화는 실로 놀라운 영화였다.

일단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어마어마하다. 히스 레져의 조커가 잔상처럼 남을 줄 알았으나, 어느새 호아킨 피닉스는 조커 그 자체였다.

 

 

조커가 조커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일련의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는데, 빌런임에도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다.

이 영화를 본 이들 중 두 가지 관점이 대표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

 

"어떻게 저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느냐, 자신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타인을 해치는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살인은 나쁜 행위이며, 도덕과 질서, 법은 중요하다."

 

"조커의 기분을 알 것 같아. 조커를 이해할 것 같아."

당신은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가.

 

첫 번째 관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조커의 행위는 잘못 되었으며 벌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렇게만 보고 끝내기에는 얻어낼 것이 너무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섬세함을 지닌 이들이 사회 속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조커가 지닌 '분노'를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늘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한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 주변에 많다.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도 없고, 지위도 없다. 의지할 수 있는 가족도 없다.

TV에 나오는 웨인 같은 사람들은 가난한 자들은 노력을 안해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니, 가진 자들의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정말 가난한 모든 이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그나마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도 쫓겨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다. 괜히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얻어 맞고, 물건도 빼앗긴다.

 

하나 남은 혈육인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 의지할 친척도 없다.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할 단 한 사람이 없다.

 

 

 

살아가는 단 1분도 행복하지 않은데, 주변에서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즐거움'에 맞춰서 자신들을 웃겨 달라고 요구한다. 정신과 약을 먹고, 상담도 받고 싶은데 지원이 끊겨서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대상도 없어진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괜히 시비가 붙어서 또 얻어 맞는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으며 망상 장애에 빠진 엄마는 웨인이라는 TV에 나오는 시장 후보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엄마의 망상 속 가짜 남편인 토마스 웨인을 찾아가 보지만 돌아오는 건 조소와 주먹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처럼 동경하던 TV 쇼 진행자 머레이는 TV 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급격히 무너져 내리는 아버지 상 속에서 그는 아버지로 대변되는 세상, 사회를 향해 광기를 드러내기에 이른다)

 

영화는 갑작스럽게 조커라는 빌런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잔잔하면서도 매우 무겁고,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조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다.

 

그의 어머니는 조커를 해피라고 부른다. 늘 웃으며 살기를 요구하며, 자신의 광대가 되기를 요구하는 어머니는 사실 망상장애+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어도 방관했던 사람이며 그 이후에도 자신의 뒷바라지나 맡겨 놓는 '자기 밖에 모르는 엄마' 였던 것이다.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자신의 존재감을 지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엄마는 자신이라는 무대 위 주인공을 빛내 주고, 존재하게 해 줄 여러 소품 중 하나로서 아들을 대했을 것이다.

 

(늘 아들에게 웃는 모습을 강요하고, 화 내거나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엄마의 모습 속에서 엄마가 지닌 지독한 자기애가 확인된다.)

(엄마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 조커는 분노하게 되고 엄마를 죽이기에 이른다. 엄마를 죽인 날은 조커의 마음에 평안을 주는 날이었다.)

영화는 조커의 불안정한 심리를 잔잔하지만 점진적으로 묘사하는데 그의 삶에서 나타나는 망상에 대한 부분은 나름 반전도 있고, 조커의 삶에 슬픔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성과 관련된 망상은, 그가 처한 절대 고독을 더욱 가중시키며 그녀와 나눴던 대화가 모두 환청이었다는 에서 그는 망상장애를 넘어선 '조현병'과 비슷한 정신증적 증상을 앓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자신이 동경하고, 좋아하던 TV 쇼 진행자로부터 조롱과 놀림을 당하는 그....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지고, 아무도 기댈 수 없으며 자신에게 요구만 하는 세상을 향해 그의 분노는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자신을 무례하게 대하고 자신의 깊은 어두움을 들여다 보려 하지 않는 (들여다 볼 능력도 없는) 세상을 향해 행복한 웃음이 아닌 조소를 날리기에 이른다.

 

그가 바라보는 코메디는 주관적이다. 말도 안 되게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며, 공정하지 못한 세상. 자신의 인생을 지옥으로 밀어내기만 하는 세상과 상황 자체가 코메디인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색하게 폭소하는 그의 웃음은 세상을 향한 경멸, 조롱, 회의가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코메디의 일부일 수 있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기생충>과도 일면 겹치는 부분이 있다. 늘 일정 선을 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소위 가진 자들의 행동.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심 쓰듯이 베푸는 아량.

 

 

 

가지지 못한 자들의 피해 의식, 열등감으로만 이 영화를 해석한다면 그 사람은 조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마지막에 조커가 타인의 질문에 대해 "재미있는 조크가 떠올랐는데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답했던 것처럼......

 

웨인 부부가 비참하게 살해 당하고 그 자리에 남겨진 브루스 웨인은 훗날 베트맨이 된다. 브루스 웨인도 사실 피해자다.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부모를 허무하게 잃어버렸으니 말이다. 브루스 웨인도 부모로부터의 애착 결핍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것이며,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커의 입장도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 시스템의 문제, 사회 구조적,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주제임에도 조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희박한 세상이다.

 

브루스 웨인과 같이 물질적 부족함이 없는 삶, 사회적 위치가 낮아본 적 없는 삶만 살아본 이들은 조커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조커' 가 되기 전 '회복된 조커'(나는 이를 'joy' 라고 부른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독교적 표현으로는 '상처 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 라고도 볼 수 있다.

(타인의 기분에 맞춰 웃는 연기를 하는 '해피', 세상을 향한 분노와 조소가 가득 차버린 냉소적인 '조크' 를 넘어선 참된 기쁨이 가득한 상태로서의 'joy')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물질과 도덕, 법률, 제도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은 베트맨이 아니라 '회복된 조커'에게 있다. 하지만, 결국 영화 속 조커는 비슷한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 모종의 카타르시스만 남긴 채 흑화하고 만다.

 

이 세상 속에 만연한 조커들이 더 break down 되기 전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조커와 비슷한 삶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삶을 버텨내고 있는 이들이 생각나는 영화다.

 

굉장한 수작이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정말 압권었으며 끔찍한 절망 속에서 추는 조커의 춤은 지독하게 슬프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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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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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토론을 다 보진 못했지만 하이라이트 부분만 선별해서 영상을 봤다.

전반적으로 정신과 교수님과 시민연대 아주머님 팀이 밀리는 형세가 아니었나 싶다. 어떠한 질병을 코드화 한다는 건,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일단 새로운 질병이 등록됨으로써 해당 질병 치료제를 파는 제약회사는 엄청난 수익 창출을 얻게 된다. (그래서 로비도 비일비재하다)

새로운 법을 입법하고, 제도화하며, 사회 전반으로 이를 전파시켜 나감으로써 정치/경제/사회 역학이 다이나믹하게 작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병원도 새로운 질병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속사정을 모르는 일반 대중들은 일단 "WHO가 권고하더라" 라는 권위가 부여된 사안에 대해서는 반박 하길 어려워하곤 한다.

"그래도.....WHO가 결정한 거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병이 된 거겠지.."

치밀하게 사유하고, 고민하고, 회의하지 않는 뭇 대중들은 이와 같은 인식을 가지게 되고 게임을 하는 이들은 '낙인'이 찍히고 만다.

술,담배,도박.O

O 자리에 마약이 아니라 게임이 들어와야 마땅하다고 주장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한다.

 

 

무언가에 과몰입하여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면 이는 문제가 되며 이는 분명 다뤄줘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대개는 이와 같이 중독적인 '이상 현상' 들은 근원적인 문제로 인한 '증상' 이지, 근원적인 문제 그 자체이거나 문제의 원인인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들은 왜 게임을 하는 걸까?

부모의 과도한 훈육과 보상심리로 인해 자신의 자율성을 기르지 못하고, 자신의 통제감과 주도권을 빼앗긴 채 살아갈 때 게임 속에서나마 통제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발버둥인 경우도 있다. (이건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친구 관계, 가족 관계,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내재된 분노 등을 바깥으로 풀 수는 없으며, 이를 나눌 만한 대상이 부재할 때 게임 속에서나마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며 이를 승화해 보려는 시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개중에는 도박이나 다름 없는 리X지 등의 온라인 게임도 존재한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많이 즐겨봤으며, 준 도박에 가까운 컨텐츠라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 시장은 넓다. 일상 생활에서 얻기 힘든 수 많은 가치와 긍정적 요소를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게 해주는 명작들은 차고 넘친다.

(토론회에 나온 게임중독 지지 패널들은 이런 게임을 일평생 즐겨보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을 질병 코드로 분류해서 게이머들을 잠재적 환자로 만들기 보다는 "무너져 버린 가정 환경" , "세대 차이를 극복할 방안" , "학교 폭력에 대해 지혜롭게 접근하는 법" ,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요인 다뤄 주기" 등 근원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물론 이런 접근법은 돈벌이는 되기 어려울지도......)

게임 중독자를 만들어서 이들을 뭘로 치료하려는 걸까

항우울제라도 주려는 건가? 항불안제?

소용 없는 짓이다.

같은 논리로 드라마 중독, 콘서트 중독, 특정 연애인에 대한 중독, 치킨 중독, 여행 중독, 맛집 중독, 운동 중독 등도 양산해야 하려나 모르겠다.

(일상 생활의 모든 활동들이 평균치 이상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주는 경우는 흔히 있다. 그래서 WHO 가 제시한 게임 중독에 관련된 기준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금단 증상이나 내성 증상 등이 딱히 제시되어 있지도 않다 보니 알콜 중독이나 도박 중독, 담배 중독 등과의 유사성도 상당히 떨어져 보인다. 마치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이에 현상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느낌이 든다. 정치적/경제적인 모종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 의심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DSM, ICD 등의 정신과적 질병 진단은 모호한 경우가 많고, 진단 체계 자체도 수년마다 변경되기 일쑤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끔 대화를 하다 보면 나이 드신 분들, 게임을 접해 보지 못한 일부 남성/여성 분들로부터 자신의 자녀들이 게임을 한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접할 수 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So What?

내가 보기엔 게임으로라도 하루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풀려는 아이의 발버둥에 먼저 마음이 쓰이는데...가볍게 좋은 작품을 즐기는 게 아니라, 삶이 고단하고 힘들어서 무언가로부터의 도피/회피 목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거라면 그 아이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봐야 할 시점인 것이다. 중독자로 낙인 찍고, 비난하고, 지적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행동이 더해진다면 그 아이를 정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거다.

그걸 인위적으로 질병으로 만들고, 이에 세금을 부과한다 해서 게임 산업이 줄어드는 게 아니며, 게임 산업은 잘 활용하면 일상 생활에서 배우기 힘든 가족간의 사랑, 관계의 중요성, 우정, 사랑, 정의 등을 배울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교육 기관이라는 걸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 나라는 유독 '게임'에 대한 편견이 심한 나라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즐기는 취미 활동이나 여가생활은 더욱 고상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필자는 유치원 때부터 많은 시간 게임을 즐겨 왔다.

개인적으로 10년 이상 게임을 끊어 보기도 했으나, 오히려 여러 가지 문화 생활/취미 중에서 '게임'이 지닌 좋은 측면이 재부각되면서 요즘은 가끔씩 게임을 다시 즐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추천하는 '명작 게임'은 왠만한 '고전 소설', '명작 영화 보기', '여행' 등과도 비견할 정도로 삶에 + 요인이 된다고 확신한다)

바르게 게임을 즐겨본 이들은 안다. 게임이 왠만한 문화 매체 중에서 간접적이나마 가장 직접적으로 세상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라는 것을.....

어른들의 이해 관계와 실리를 위해 아이들의 작은 즐거움이 소멸되지 않기를 바란다.

(게임 같지 않으며 준도박 같으며, 게임성도 형편없는 양산형 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우리 나라의 3N 등은 반성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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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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